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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家 상속소송서 이건희 완승

[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상속재산을 둘러싼 삼남 이건희(71) 삼성전자 회장 측과 장남인 이맹희(82) 전(前) 제일비료 회장 측이 벌인 삼성가(家) 형제들 사이의 '4조원대 소송'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승소했다.

이번 소송에서 원고 측 청구가 받아들여져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이 넘어갈 경우에는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로 금융지주회사법의 적용을 받게 돼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가 깨질 수도 있는 것으로 관측돼 왔으나 이날 판결에 따라 그룹 경영권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서창원 부장판사)는 1일 고(故) 이 창업주의 장남 이맹희씨가 삼남 이건희 회장과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 제기한 주식인도 등 청구소송 1심 선고공판에서 일부 청구를 각하하고 나머지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일부 청구에 대해서는 제척기간(법률적 권리 행사 기간)이 이미 지났기 때문에 소송을 각하했고, 나머지 청구에 대해선 해당 주식을 상속 주식으로 보기 어려워서 기각했다고 밝혔다.

각하 판결은 원고에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거나 이익이 없다고 재판부가 판단했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원고 측이 제기한 해당 주식 인도 청구부분을 각하하고 원고들의 나머지도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또 “잔존하는 상속재산으로 평가하는 삼성전자주(株)는 10년의 제척기간(시효 소멸 기간)이 지나서 각하 결정을 내렸다”며 “나머지 삼성생명주 역시 상속재산으로 인정하기 어렵거나 상속 재산에서 유례된 것으로 보기 어려워 원고에 귀속 청구권이 인정되지 않아 기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1년간 진행된 형제들 간의 치열한 법정다툼에서 이 회장 측이 사실상 완승, 그동안 창업주 상속재산을 둘러싸고 삼성가 형제들 사이에 지속되어온 분쟁이 일단락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맹희씨 측이 항소할 것이 확실시돼 항소심에서 2라운드 법정공방이 펼쳐질 여지는 남아있다.

이맹희씨는 '선친이 생전에 제3자 명의로 신탁한 재산을 이 회장이 다른 상속인에게 알리지 않고 단독 명의로 변경했다'며 지난해 2월 소송을 냈으며, 이후 원고 측에 창업주의 차녀 이숙희씨와 차남 고(故) 이창희씨의 유족도 합류했다.

원고 측 청구금액은 총 4조849억원에 달했다.

원고 측이 최종적으로 상속 회복을 청구한 주식은 삼성생명 차명주식 3800만주(액면분할 후 기준)와 삼성전자 차명주식 보통주 225만주, 우선주 1만2000주 등이다.

원고 측은 삼성생명 차명주식에 따른 배당금, 삼성 특검 후 매각한 삼성전자 보통주 36만7000여주와 우선주 4900여주에 대한 매각 대금 등도 함께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