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세의 여성이 피가 난다고 찾아왔습니다. 피가 월경이 아닌 때에 조금씩 나는 것은 벌써 6개월 전부터인데, 주위에서 갱년기에는 누구나 피가 날 수 있다고 해서 '그런가?' 하고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랫배가 아파지기 시작해서 불편해서 찾아왔다고 했습니다.
이 분은 순산으로 29세에 둘째를 낳고 아무 문제가 없어서 의사를 만난 적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자궁암 검사나 초음파 검사를 한 지도 20년이 됐다고 했습니다. 검사를 하면서 보니까 자궁경부도 깨끗하고 자궁내막도 정상범위였습니다. 그러니까 자궁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었습니다. 자궁 근육 부위에는 그 흔한, 소위 말하는 물혹이라는 섬유종근종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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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분이 49세에 무슨 일로 이렇게 피가 나는 것일까요? 지금 이 나이는 정말 갱년기로, 호르몬 밸런스가 제대로 안 되고, 여성호르몬이 뒤죽박죽이 되면서 이렇게 부정출혈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 이 분은 그 이유가 아니었습니다. 초음파 검사로 자궁 옆에 양쪽으로 있는 난소들을 살펴보았더니 왼쪽 난소에 복잡하게 보이는 7cm 정도의 혹이 있었습니다. 이 혹이 혹시 악성종양이면 안 되니까, ca125라는 종양표지자검사를 했더니 115 정도로 정상범위인 21보다 훨씬 높게 나왔습니다. 당장 수술을 잡아서 개복을 했더니 막 이제 번지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나팔관과 자궁으로 번지기 시작하는 이 난소암은 stage2이고, 그래도 멀리 퍼지거나 임파선으로 전이되는 stage3보다는 훨씬 생존율이 높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6개월 전에 피가 보이기 시작했을 때 의사를 찾았으면 stage1이었을 것이고 훨씬 경과가 좋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분은 수술로 난소, 나팔관, 그리고 자궁을 다 들어내고 바로 약물치료로 넘어갔습니다. 다행이 임파선에는 암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왜 난소에 혹이 생겼는데 자궁에서 피가 나는 증상이 생기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난소가 바로 여성호르몬을 만드는 장기이고, 이 장기에 혹이 생기면, 그 혹이 악성종양이든 양성종양이든 상관없이 부정출혈이 발생하게 합니다. 그러니까 자궁 부정출혈 시 자궁의 병들만 살피다가는 오진하기가 쉽다는 것입니다.
난소암은 다섯 번째로 흔한 여성암인데, 그리고 여성들에게 생기는 모든 암의 3% 정도인데, 사망률은 훨씬 더 높습니다. 이 환자분같이 stage 2 인 경우에는 70%가 5년 생존율을 보이고, 만약 이상하게 피가 나서 바로 의사를 찾아서 stage1에 잡을 경우에는, 5년 생존율이 90%에서 94%까지 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매년 정기검진 꼭 하시고, 또 조금 몸이 이상해지면 바로 진단을 받도록 하세요. 이것이 바로 사는 방법입니다.
박해영 산부인과 원장 박해영(Peter H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