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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순 칼럼] 내가 조지아텍을 좋아하는 진짜 이유

요즘 조지아텍의 우수성을 방증하는 뉴스를 연일 접했다. 내 두 아들이 수학하고 있는 대학인지라 눈을 크게 뜨고 신문이 뚫릴 만큼 눈을 박고 정독을 했다.

“연방 교육부가 지난 14일 개설한 대학 정보제공 사이트인 ‘칼리지 스코어카드’(collegescorecard.ed.gov)에서 전국 대학들의 연간 학비와 졸업 후 받는 연봉 수준, 취업 현황 등을 공개했다… 조지아주 상위 대학들을 보면 조지아텍 7만 4000달러, 에모리대 5만 9000달러…”(애틀랜타 중앙일보 9/16)

“조지아주 2개 대학이 전세계 최고대학 10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대학 평가에 따르면 조지아텍은 41위, 에모리대학은…” (애틀랜타 중앙일보 10/25)

세월이 참 빠르다. 두 아들의 대학 진학을 앞두고 고심하던 때가 엊그제인듯한데 이들이 벌써 3, 4학년이 되었으니. 그간 아이들의 대학생활을 지켜보면서, 또한 그들의 내적인 성장을 피부로 느끼면서 ‘조지아텍’이 내 마음에 쏙 들게 좋아졌다. 학교의 높은 위상을 파악할수록 자랑스럽고 훌륭한 학교라고 방점을 찍는다. 두 아들도 나와 다를 바 없으리니. 기실 몇 해 전엔 ‘아이비리그 (Ivy League)’로의 진출이 두 아들의 간절한 열망이고 꿈이었다. 고국에서 애써 일군 삶의 터전을 고스란히 뒤로한 채 온 가족이 미국에 건너온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으니. 허나 사람의 계획대로 이루어지는 일이 어디 있으랴. 두 아들이 대학 진학을 훌쩍 넘기고도 영주권을 손에 쥘수 없었으니, 영주권이 애먼 아이들의 발목을 조지아텍에 꽁꽁 묶어놓은 것이다.



고백하건대 두 아들은 대학 진학을 앞두고 아이비리그로 진출하겠노라고, 학비 싼 인심좋은 사립학교가 있나 밤낮으로 검색했더랬다. 당시 사립학교에서 요구하는 연간 학비가 6만5000달러! 심지어 큰아들이 가고자했던 학교에선 4년간의 학비를 보장할 은행의 잔액증명부터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아! 애가 둘, 그것도 연년생!” 비명을 지를 수밖에…. 비싼 학비가 아이들의 진출을 막고, 강철같은 꿈과 희망을 송두리째 휩쓸어갔다. 잔인한 쓰나미였다.

연일 쏟아지는 뉴스를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니, 통쾌했다. ‘아이비리그’에 속한 일부 대학의 졸업생들이 졸업 후 받는 연봉 수준이, 조지아텍보다 현저히 낮은 곳도 여러 곳! 물론 전공에 따라 다르지만. 비싼 학비 내느라 남편의 허리띠를 졸라매 가며 사립대학 보냈으면 큰일날 뻔했다. 조지아텍 안보냈으면 후회막심할 뻔했다.

졸업 후 연봉도 연봉이지만 내가 조지아텍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학생들의 면학분위기, 학교에 드나들 때마다 느끼는바 연애하는 청춘남녀가 도통 없다. 죄다 책가방을 짊어지고 바삐 오간다. 이런 젊은이들의 진중함이 내 가슴을 벅차게 한다. 학생답게 고군분투하며 미래를 촘촘히 설계하는 패기 넘치는 젊은이들! 이른 새벽, 온천지를 환하게 밝히며 떠오르는 붉은 해 같다. 희망이다.

훌륭한 교수진, 우수한 연구실적과 교육시스템 등, 세계대학 평가에서 인정받은 학교답게 지구촌 곳곳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세상을 살만하게 이끄는 조지아텍 출신들이 부지기수라니! 지난 여름 보잉사에서 인턴을 했던 큰아들도 그곳에서 조지아텍 선배들을 만났다. 후배가 왔다고 반기며 인턴 업무를 잘 수행해낼 수 있도록 두루두루 살펴주었다며 그 감격을 잊지 못하는 아들, 그가 의기양양하게 제 역량을 발휘했던 것도 선배들의 열렬한 지원 덕분이었으리라.

내가 조지아텍을 좋아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지척에 있어 오늘처럼 아이들을 불러내 저녁 먹고 그들이 이루어가는, 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다. 중간고사를 치르며 기진맥진한 아이들에게 영양보충을 시켜주고, 밤을 새워 공부한 이야기에, 풋풋한 내 젊은 날을 추억할 수도 있고. 그들 역시 엄마 아빠의 삶과 사업에 진한 애정을 기울이고 돈은 둘이 벌 테니 여행하며 즐겁게 살란다! 아, 이렇게 고마울 수가. 프로젝트와 시험에 취해 팍팍한 일상을 수행해내야 하는 이들을 자주 만나니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고 그런 가운데 부모와 자식 간 정이 끈끈해진다. ‘외지에서 공부하면 어쩔뻔했나?’ 연중 서너 차례 얼굴 보는 것이 전부일 터, 끔찍하다.

우린 조지아텍을 안방 드나들듯 한다. 아이들이 바쁘면 우리가 가고, 그들이 집에 오면 데려다주러 가고. 오늘 밤에도 아이들은 기숙사 앞에 내리더니 손을 흔들고 또 흔든다. 뒤를 돌아보고 또 돌아본다. “어서 들어가!” 소용없다. 시야에서 우리가 벗어날 때까지 붙박여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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