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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대체하는 로봇…내 일자리 안전할까

로봇 주문 사상최고…지적노동 등 전분야 확산
"일자리 60% 잠식" vs "산업혁명은 새 일자리 창출"

로봇이 단순 노동을 벗어나고 있다. 음식을 배달하고 기사를 쓰고 사람과 대화를 한다. 애플 본사 인근의 어로프트 호텔에서는 룸서비스를 한다. 모멘텀 머신스는 햄버거 굽는 로봇을, 메릴랜드 대학의 고등컴퓨터학연구소에서는 샐러드를 만드는 로봇을 개발 중이다.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는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2015년 로봇 주문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로봇산업연맹(RIA)에 따르면 2015년 들어 9월까지 북미 로봇 주문은 2만2427대에 이르렀다. 주문가격은 13억 달러다. 2014년 같은 기간에 비해 댓수로는 6%, 가격으로는 9% 증가했다. 선적된 로봇은 9월까지 2만1436대로 12억 달러어치다. 2014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댓수로는 16%, 가격으로 10%의 증가율을 보였으며 이 역시 최고기록을 깼다.

RIA는 미국 제조업에서 사용되는 로봇이 약 23만6000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일본에 이어 2위다.

로봇 시장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6.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서비스 분야 로보트는 같은 기간 연평균 21.5%의 급성장이 예측됐다. 로봇은 2013년부터 산업용에서 서비스용으로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전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공장 지도와 내비게이션을 탑재한 윌리 맥터기라는 로봇은 공간 인지 능력을 갖추고 있어 이동이 필요한 정교한 작업이 가능하다. 보잉사는 이와 유사한 로봇을 6만 개가 넘는 항공기 기체의 패널 부착 작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반복적이고 패턴화된 사무직이나 서비스업도 예외가 아니다. 통신사 AP는 이미 유형화된 기사 작성을 로봇이 맡고 있다. 매릴랜드 대학은 인간을 닮은 완성형인 백스터 로봇 줄리아를 연구하고 있다. 요리사인 줄리아는 화상분류 소프트웨어와 논리시스템을 갖고 있어 유튜브를 보면서 샐러드 요리를 만들 수 있다. 줄리아는 몇 년 뒤 식당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적.감정노동 로봇 개발속도가 빨라지면서 대졸 화이트칼러 일자리도 위협받고 있다.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도 로봇과 일자리를 놓고 싸워야 할 지도 모른다고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법률회사 로직컬은 문서와 이메일을 스캔해 법정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을 선별해내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로직컬은 아예 법률회사에서 법률 자동화 기술 개발회사로 변신하고 있다. 로직컬의 앤디 윌슨 최고경영자는 "수백 명의 변호사가 할 일을 이제 소프트웨어가 대신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판단과 경험 같은 고급노동력의 조건은 지금까지 사람만이 가질 수 있었지만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이 집약되면 로봇이 인간을 능가하는 분야가 늘어날 수 있다. 두뇌의 대뇌피질은 감각영역과 운동영역, 두 개의 영역을 연결하는 연합영역으로 나뉜다. 디지털 신경세포를 수만 개에서 수백만 개를 연결하면 대뇌피질과 같은 학습능력을 가진 인공지능 시스템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이 시스템을 이용해 간단한 텍스트를 읽고 대답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구글은 게임의 규칙을 학습해 사람을 이길 수 있는 로봇을 만들고 있다.

인간과 정서를 공유하는 인공지능 로봇도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일본은 애완동물을 대체하거나 환자를 돌보는 로봇 개발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구글은 지난 달 행복과 공포, 놀람, 당혹스러움 같은 감정을 인간과 주고 받을 수 있는 인격을 로봇에 주입하는 기술로 특허를 받았다.

IT리서치 기업인 가트너사는 로봇 산업이 언론과 온라인 마케팅, 수술, 마취, 재무분석 등 복잡하고 정교한 분야로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구글의 인공지능 개발 책임자인 레이 커즈와일 엔지니어링 이사는 2029년까지 로봇이 인간의 지적능력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문제의 핵심은 로봇이 대규모 실업사태를 불러오느냐 아니면 이전의 산업혁명처럼 사라지는 일자리만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느냐이다. 아직 추정에 불과하지만 전문가들의 전망은 낙관보다 비관이 많다. 최근 옥스포드대학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앞으로 20년간 로봇이 미국내 일자리의 47%를 차지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가트너사는 2025년까지 일자리의 3분의 1이 소프트웨어와 로봇, 스마트기계에 의해 대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로봇의 급부상: 기술과 일자리 없는 미래의 위협'의 저자인 마틴 포드는 로봇공학을 잘 다루지 않으면 미국의 일자리 60%가 사라지는 대량 실업과 경제 붕괴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도 지난 6월호 '로봇의 등장이 세계경제를 파멸시킬 것인가'라는 기사에서 로봇을 200년 전의 증기기관에 이은 제2의 기계시대로 불렀다. 기계가 인간의 근육을 대신한 것이 산업혁명이라면 로봇과 인공지능은 인간의 정신을 대신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산업혁명 때처럼 사라진 일자리 만큼 혹은 그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긍정론도 있다. 또 경제가 붕괴될 만큼의 대규모 실업은 불가능하며 로봇으로 인한 생산성 증가와 실업으로 인한 구매력 감소 사이에서 균형이 유지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기술과 일자리의 관계를 볼 때 일자리는 사라지고 다시 창출된다는 하버드대학의 리처드 쿠퍼 교수의 주장이 대표적이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예측도 엇갈린다. 고등자동화협회(A3)는 미국의 로봇 선적과 고용 데이터를 비교할 때 로봇이 증가할 때 고용도 증가했다고 주장한다.그래프 참조> 2010년~2013년까지 수치를 보면 3년 연속 동조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2014년은 로봇이 줄었지만 일자리는 늘었다.

하지만 BofA메릴린치 등의 조사에 따르면 제조업에서는 로봇의 증가가 일자리 감소를 불러왔다. 산업용 로봇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인 반면 제조업 일자리는 2000년 이전부터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2009년께부터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증가폭이 크지 않았다.

<그래프 참조>

마틴 포드는 로봇 시대에 대비한 사회적, 정책적 대비책이 없는 점이 오히려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를 해결할 사회 안전망을 갖고 있는 산업국가도 없지만 문제 자체가 정치적으로 다루기 아주 까다롭다는 것이다.

스탠퍼드대 인공지능연구소 책임자 출신으로 구글의 비밀연구소로 불리는 구글X의 초대 소장 겸 부사장을 맡아 무인자동차 기술개발을 주도했던 세바스천 스런은 미래를 이렇게 예측했다. "기계의 경쟁력의 점점 강해지고 있다. 우린 어떤 일자리도 영원하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다."

안유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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