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만(탬파베이.29)이 한국인 야수 최초로 월드시리즈 우승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탬파베이는 13일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7전 4승제) 3차전에서 휴스턴을 5-2로 제압했다. 앞서 1, 2차전을 모두 승리한 탬파베이는 3차전마저 잡아내면서 대망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눈앞에 뒀다.
탬파베이의 일원으로 우승으로 가는 길을 함께 걷고 있는 최지만도 동료들과 함께 2008년 월드시리즈 진출 이후 12년 만에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최지만은 정규 시즌부터 포스트시즌에 이르기까지 공수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치며 팀 승리에 알토란 같은 역할을 했다. 같은 아메리칸리그 소속으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뉴욕 양키스와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최지만은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미국 전역에 널리 알렸다. 1차전에서 양키스의 에이스이자 현존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투수인 게릿 콜을 상대로 역전 2점 홈런을 쏘아올리며 정규 시즌에 이어 포스트시즌에서도 천적의 면모를 유감없이 뽐냈다. 다음 타석 맞대결에서는 양키스 벤치가 최지만을 고의 4구로 거르고 후속 타자를 상대하는 결단을 내려 최지만에게 한 발 물러서는 모습으로 화제가 됐다. 5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양키스를 제압한 탬파베이의 저력엔 최지만의 활약이 녹아있었다.
양키스와 맞대결에서 타격으로 화제가 됐다면 휴스턴을 상대로는 수비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1차전에 결장한 최지만은 2차전에 선발 출전했다. 타석에서는 4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잡기 어려운 송구를 다리를 찢는 고난이도 동작으로 연달아 받아내며 여러차례 호수비를 했다. 최지만의 수비 도움을 받은 주전 유격수 윌리 아다메스는 경기 후 "최지만이 그런 수비를 할 때마다 고맙다"라고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탬파베이 캐빈 케시 감독도 "메이저리그에서는 그런 방식의 수비를 하는 1루수가 드물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최지만의 수비가 더 많은 아웃을 잡아낼 수 있다고 믿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미국 현지에서도 야구팬들이 SNS에 최지만의 수비 동작을 패러디한 게시물을 올리는 등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챔피언십시리즈 3경기 중 2차전에만 선발 출전했지만, 최지만의 가치는 여전히 빛났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최지만은 더그아웃의 응원단장을 자처하며 누구보다 열렬히 동료들에게 힘을 불어넣는다. 챔피언십시리즈 진출 확정 이후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축하 자리에서 휴지통을 짓밟는 퍼포먼스로 2017년 휴스턴의 사인훔치기를 에둘러 저격한 것도 팀 사기를 고조시키는 데 한 몫 했다.
저비용 고효율 기조로 팀 전력을 끌어올린 탬파베이의 저력은 올시즌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양키스나 LA다저스 같이 전국구 빅네임 스타플레이어는 부족하지만 공수에서 탄탄한 전력을 갖춰 강호들을 잇따라 격파했다. 최지만 외에도 포스트시즌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랜디 아로자레나, 공격 뿐 아니라 믿을 수 없는 호수비로 마운드의 짐을 덜어주는 매뉴얼 마르고, 케빈 키어마이어, 헌터 렌프로 등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다. 마운드에서도 피터 페어뱅크스, 디에고 카스티요, 애런 루프, 라이언 톰슨 등 철벽 계투진이 실점을 최소화하며 지키는 야구의 전형을 보여주는 중이다. 위기 때마다 빛나는 케시 감독의 신들린 용병술도 탬파베이의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 빈틈을 찾아보기 힘든 탬파베이는 명실상부 월드시리즈 우승 가능성이 충분한 강팀 반열에 올랐다. 정규시즌에 이어 포스트시즌에서도 이를 증명하고 있다.
최지만이 탬파베이와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는다면 야수로는 한국인 메이저리거 중 최초다. 그간 김병현(애리조나.보스턴), 박찬호(필라델피아), 류현진(LA다저스)이 월드시리즈를 경험했지만 모두 투수였다. 한국인 야수는 단 한 번도 가지 못한 무대에 최지만이 발자취를 남기는 것이다. 이에 더해 우승 반지까지 낀다면 한국인 야수 최초의 월드시리즈 우승 선수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파죽지세의 탬파베이로 우주의 기운이 모이는 가운데 최지만이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커리어에 굵직한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까.

서장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