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킹’ 이동국(41·전북 현대)은 당당하게 떠났다. 정신적으로 나약해진 자신을 용납하지 않고 과감하게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이동국은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선수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축구화를 벗는 소감을 밝혔다. 1998년 포항 스틸러스에서 프로로 데뷔, 그해 프랑스월드컵을 통해 스타로 도약한 그는 내달 1일 대구FC와 K리그1 최종전을 끝으로 23년 선수 생활을 마감한다. 우리 나이 42세 노장 스트라이커는 K리그는 물론, 한국 축구 레전드가 돼 가장 화려하게 은퇴한다.

이동국은 지난 7월 무릎 부상 후 2개월간 재활하는 과정에서 은퇴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는 “장기 부상으로 조급해하는 자신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이전에는 다쳐도 긍정적으로 재활하며 최고의 몸 상태를 만들어 복귀했다. 이번 부상을 당하면서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닌데 욕심을 내서 들어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또 “불안한 모습을 많이 느꼈다. 몸이 아픈 건 참을 수 있어도 정신이 나약해지는 건 참을 수 없었다”며 은퇴 이유를 설명했다. 몸 상태와 별개로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나이에 대한 스트레스가 은퇴를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다.

위대한 여정이었다. 이동국은 K리그 547경기와 A매치 105경기를 비롯해 공식전 844경기에 출전했다. K리그 통산 최다득점인 228골 기록 보유자이고, K리그 MVP 4회를 수상한 유일한 선수다. MVP뿐 아니라 신인상, 득점상, 도움상을 모두 차지하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쓰기도 했다. 이동국은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 보니 많은 기록을 세웠더라”면서 “사실 800경기 이상 뛰었다는 것을 나 역시 오전에 알았다. 한 선수가 800경기 이상을 뛸 수 있는 건 1~2년 잘해서 될 일은 아니다. 많은 경기를 소화하기 위해 몸을 만들고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는 게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며 844경기 출전 기록에 애착을 보였다.

이동국의 축구인생에는 희로애락이 있다. 그는 “프로 유니폼을 처음 받았을 때가 기억난다. 등록돼 있지 않은 33번, 이름이 들어간 유니폼을 받았다. 유니폼을 입고 며칠 동안 잤다. 또 2009년 전북에 와서 첫 우승컵을 들었을 때도 생각난다”며 두 사건을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았다. 반대로 2002년과 2006년 월드컵에 가지 못한 순간은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그는 “2002년 월드컵 엔트리에서 탈락한 것은 보약이 됐다. 덕분에 선수 생활을 오래 했다. 2006년에 월드컵을 두 달 남기고 다쳤을 때도 기억난다. 모든 것을 걸고 준비했는데 부상으로 인해 뛰지 못했다. 경기력 면에서는 제 선수 생활에서 가장 완벽했던 때였다”고 돌아봤다.

은퇴를 결정한 이동국은 화려한 피날레를 기대하고 있다. 주말 대구FC전에서 승점을 얻으면 전북은 K리그 최초 4연패이자 역대 최다우승 8회를 달성한다. 이동국에게는 더없이 아름다운 퇴장이다. 이동국은 “아내와 평소 마무리는 해피 엔딩으로 끝나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짜놓은 것처럼 흘러가는 것 같다. 마지막 경기에서 우승하고 은퇴하는 선수가 몇 명이나 될까. 그 순간에 내가 있다면 좋을 것 같다. 해피 엔딩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우승 트로피와 은퇴하고 싶은 바람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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