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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북한 경제 전례 없는 위기…보건 등 분야도 심각"


지난 9월 평양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
지난 9월 평양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제재 상황에서도 어느 정도 버티던 북한 경제가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았다고 전문가들이 분석했습니다. 북한의 국경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고, 보건과 의료 등 사회 전반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최근 몇 년 사이 제재로 큰 타격을 입은 북한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또 한 번의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se U.N. sanctions and the pandemic closings are having a huge impact…”

브라운 교수는 16일 미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가 개최한 온라인 토론회에서 유엔 제재와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으로 인해 북한의 대외무역은 ‘0’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졌고, 이에 따라 현 상황은 조선시대의 무역 수준에 견줄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이 급속히 줄면서 북한 내부 곳곳에서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브라운 교수는 예상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이 1월부터 중국과의 국경 문을 닫으면서 중국산 소비재 품목의 유입이 크게 줄었고, 이로 인해 무역 종사자들이 많은 손해를 봤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또 중국과의 무역 감소 현상은 북한 내 기업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고용을 위축시킨 것은 물론, 북한 내 투자가 줄면서 북한 주민들의 전반적인 생활수준도 낮아졌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북한과 중국의 올해 1월부터 9월 무역 총액은 5억 3천만 달러로, 제재로 인해 규모가 이미 크게 줄어든 전년도 같은 기간의 19억 5천만 달러에 비해 약 73% 줄었습니다.

한국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북한의 시장은 제재에 대해선 어느 정도 내성이 생긴 만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북한 경제에 확실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시장활동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모빌리티, 즉 이동성인데 코로나 상황이 북한 시장 내 상인들의 이동을 막고 있는 부분, 이 부분이 북한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고요.”

임 교수는 북한 시장에서 활동하는 상인들은 중국과의 교류를 통해 공급과 소비 측면에서 대응을 하지만, 현재 북-중 국경의 봉쇄로 인해 전반적인 시장의 움직임까지 위축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북한의 ‘국산화’ 정책에 따라 지난해부터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는 등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제조업’과, 중국 기업의 물건을 대신 생산하는 방식의 ‘임가공’ 교역 등이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임 교수는 여기에 지난해 말까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력했던 관광산업 역시 이번 사태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실제로 (지난해) 중국인들을 중심으로 북한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을 했죠? 그러면서 외화 수입을 2억 달러에서 3억 달러 수준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북한한테.”

임 교수는 김 위원장이 대규모 관광특구를 건설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지만 현재 원활한 운영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점도 북한 경제 전망이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경제가 암울한 가운데도 김정은 위원장의 권력은 확고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임은정 한국 공주대학교 교수입니다.

[녹취: 임은정 교수] “This specific year, even though they have lots of lots of difficulty, including covid outbreak…”

북한은 올해 코로나바이러스뿐 아니라 태풍 등 여러 자연재해를 겪었지만 올해 10월10일 건군절 행사를 치러내는 등 악조건 속에서도 김 위원장의 지도력은 여전히 매우 안정적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은 경제난 속에서 김 위원장이 최근 자신의 권한을 일부 분산시키고 있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After several years in power, I think Kim Jong un wants to lessen the stress of governing…”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김 위원장이 자신의 권한 일부를 김여정 노동당 제 1부부장을 비롯한 인사들에게 이양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고스 국장은 김 위원장이 통치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싶어하고 있다며, 동시에 정책이 잘못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분산시키면서 정치적 위험을 줄이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또 김 위원장이 아버지나 할아버지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이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더욱 확연해졌다며, 최근 김 위원장이 자신의 ‘5년 국가경제 발전계획’의 실패를 인정한 사실을 예로 들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박기범 미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북한의 국경 봉쇄가 주민들의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국경 봉쇄가 장기화할수록 빈곤이 증가하고, 필수 의료서비스의 지연과 인도주의 원조가 중단되는 상황을 만들어낸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교수는 이런 상황을 가정해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이번 사태 와중에 코로나바이러스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이 사망한 북한 주민들의 숫자가 9만3천 명을 넘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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