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타주서 발견된 삼각 기둥, 9일 만에 없어져…배후는 '미궁'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미스터리하게 왔다가 미스터리하게 떠났다"

미국 서부 사막에서 발견됐던 의문의 금속 기둥이 정체가 밝혀지기도 전에 홀연히 사라졌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28일보도했다.

이 기둥은 지난 18일 미 유타주 황야 한복판에서 환경 조사 중이던 당국자들이 우연히 발견한 것으로, '존재'가 드러난 지 9일 만인 지난 27일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주 당국은 28일 성명을 통해 "불법 설치됐던 구조물이 철거됐다는 신뢰할 만한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당국은 철거 시점이 "27일 저녁"이라고 덧붙였으나 누가 철거했는지에 대해선 "미확인된 일행"이며 "개인 또는 그룹"이라고만 언급했다.

문제의 기둥은 높이가 무려 3.6m 정도이고 표면이 번쩍이는 금속 재질인 삼각 구조물로, 땅에 단단히 박힌 채 세워져 있는 데다 주위에 이렇다 할 설치 흔적이 남아있지 않아 '정체'를 둘러싸고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당국은 발견 당시 "허가 없이 연방정부의 공유지에 설치물을 두는 것은 불법"이라며 "어느 별에서 왔든 마찬가지"라고 농담 섞인 경고를 보내기도 했었다.

그간 소셜미디어에서는 '외계인 개입설' 등 음모론이 돌기도 했으나 지금까지 나온 가설 중에서는 누군가 설치해둔 예술 작품이라는 게 가장 그럴듯한 시나리오로 꼽힌다.

NYT는 그중에서도 SF 애호가이자 조각가였던 존 매크래컨(2011년 작고)을 유력한 후보로 꼽았다.

실제로 생전 그의 작품을 전시했던 갤러리 측은 NYT에 "매크래컨의 작품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그의 자녀들도 "생전 아버지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한참 뒤 내 작품이 발견되도록 해보고 싶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인터넷 매체 씨넷은 이보다는 현실적인 가설을 제기했다.

네티즌들은 위성사진 등을 토대로 문제의 기둥이 2015∼2016년께 처음 등장했다고 분석했는데, 이는 미국에서 서부를 배경으로 한 SF 드라마 촬영 시기와 겹친다는 점이다.

씨넷은 "촬영용 구조물이 실수로 철거되지 않고 남아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또는 현장 관계자가 장난스레 남겨두고 갔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정체가 어떤 것이든, 벌써 탐험가 몇 명은 미스터리 기둥을 보러 현장을 다녀갔다고 CNN 방송이 전했다.

당국은 자칫 길을 잃는 사람이 나올까 봐 기둥의 정확한 위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들은 GPS 등을 활용해 추적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중 한명인 데이비드 서버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인증샷'을 올리고 "자석 성질은 없다", "세개 면이 못으로 고정돼 있다", "속이 비어 있다"는 등의 설명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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