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 진정되자 동남아 코로나 감염 폭발적 증가

베트남·대만·캄보디아·라오스 등 작년 ‘청정국’ 다 뚫렸다

인도발 ‘이중 변이’ 엎친 데 베트남 ‘혼합 변이’ 덮쳐…4대 ‘우려 변이’ 모두 확산

<AP>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인도와 영국·남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발 변이 등 세계보건기구(WHO)가 규정한 ‘우려 변이’ 4종이 모두 확산하는가 하면, 베트남에서는 인도발 이중 변이와 영국 변이가 혼합된 새로운 변종마저 보고됐다.

특히 베트남과 대만, 캄보디아, 라오스 등 지난해 ‘코로나19 청정국’ 지위를 누려온 국가들이 뒤늦게 고전하고 있어 유럽과 미국 등 백신 접종으로 진정을 찾기 시작한 서방 국가들의 모습과 대조된다. 전문가들은 라오스와 미얀마 등 의료 시스템이 취약한 국가들의 추가 확산을 더욱 우려하고 있다.

◇인도 등 남아시아, 전 세계 확진자 18% 차지: 동남아와 남아시아의 코로나19 위기는 역내 최대 국가 인도가 휘청이면서 시작했다.

인도는 지난달 중순부터 시작한 2차 유행으로 연일 31만~35만 명에 달하는 신규 확진 건수로 종전 세계 최고 기록(미국 31만)을 넘어섰다. 사망자 수도 하루 최대 4000명대에 육박하며 무섭게 치솟던 확산세가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하루 15만 명 이상의 확진자와 3000명 안팎의 사망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도 보건부에 따르면 인도의 이날 신규 확진자는 15만2734명, 사망자는 3128명 발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도의 코로나19 확진·사망 건수가 과소 보고 되고 있다고 지적, 실제 수치는 이를 훨씬 웃돌 것으로 예측된다.

무엇보다 인도발 이중 변이가 역내 다른 국가들로 무섭게 확산하고 있다. 인도와 국경을 맞댄 네팔은 지난 18일 3000만 인구 중 8000여 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두 달 새 확진자 수가 65배 늘었다. 현재도 연일 3000~6000명의 확진자와 100명 넘는 사망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현재 인도와 네팔을 비롯해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부탄, 몰디브, 스리랑카 등 남아시아 지역은 전 세계 코로나19 환자의 약 18%, 코로나19 관련 사망자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청정국’ 베트남·대만 뚫려…말레이·태국도 ‘비상’: 베트남 정부는 지난 29일 인도발 변이와 영국발 변이가 혼합된 새로운 변이주 확인 사실을 발표했다.

베트남은 9800만 인구 중 누적 확진자 수가 7107명, 누적 사망자 수가 47명으로 코로나19 위기를 잘 관리해온 편에 속하는데, 이 수치가 대부분 최근 한 달 사이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루 확진자 수가 200명을 상회하자 베트남은 고강도 봉쇄 조치를 발표하며 감염세 차단에 비상이 걸렸다.

베트남과 함께 ‘코로나19 청정국’으로 꼽히던 대만도 연일 200~300명의 지역 감염과 두 자릿수 사망이 보고되고 있다. 이에 대만 당국은 거리두기를 강화하고 백신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내달 1일부터 2주간 필수 업종을 제외한 모든 사회·경제 부문의 운영·영업도 중단하는 국가 전면 봉쇄 조치에 들어간다. 인구 규모가 3200만 명 정도인데, 신규 확진자 수는 최대 9000여명을 기록하며 가파른 감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인구당 일일 평균 확진 건수는 백만 명당 194건으로, 인도(백만 명당 178건)를 넘어섰다. 특히 말레이시아의 코로나19 감염 재생산 지수는 1.21로, 다음 달 초면 매일 8000명씩 확진자가 발생할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태국도 이달 초 교도소 집단 감염 사태가 터지면서 ‘초비상’이 걸렸다. 스트레이트타임스에 따르면 태국의 확진자 수는 올해 1월 1일까지만 해도 7379명에 불과했지만, 이번 3차 유행으로 확진자가 15만4000여명에 이르며 4배 이상 늘었다.

필리핀 역시 1억1000만 인구 가운데 이달부터 연일 7000~8000명의 확진자와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필리핀의 확진세 급증 원인도 변이주의 출현으로 꼽히고 있으며, 현재 영국과 남아프리카, 브라질, 인도발 등 4종의 우려 변이가 모두 확산 중이다.

◇쿠데타 혼란 미얀마 등 의료 취약국 피해 더 심각: 미얀마는 올해 2월 1일 발생한 군사 쿠데타 이후 정치·사회 혼란이 계속되면서 코로나19와 함께 이중고를 겪고 있다.

미얀마 인구는 5400여만 규모로 한국과 비슷한데, 누적 확진자 수는 14만3571명에 달하며, 누적 사망자 수는 3216명으로 사망 비율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군사정부에 대한 시민불복종 운동이 계속되면서 코로나19 검진과 치료는 물론, 제대로 된 통계와 방역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미얀마 보건부 장관은 인근 국가들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우려하며 인도와 방글라데시발 입국을 금지하고, 항공편 폐쇄 등의 조치를 취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 발발한 쿠데타로, 국제사회는 미얀마에 대해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남아 국가들 중에서도 특히 의료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은 캄보디아와 라오스, 미얀마의 취약성을 더욱 우려하고 있다. 캄보디아와 라오스는 지난해 팬데믹 기간에도 신속한 방역조치로 코로나19를 잘 통제했지만, 최근 감염 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아비셰크 리말 국제적십자연맹(IFRC) 아시아·태평양 긴급대응조정관은 “절대적인 감염자 수로는 (동남아에서) 태국과 말레이시아가 제일 높지만, 두 국가는 검사를 받는 사람이 많고 비교적 훌륭한 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서 “캄보디아와 라오스, 미얀마는 그만큼 발전된 의료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이들 국가에서 점점 더 상황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동남아시아 전역에서는 현재까지 7만 5000명의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집계되지만, 실제 사망자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고 스트레이트 타임스는 전했다. 집에서 코로나19 확진을 받지 못한 채 사망한 사람들이 많고, 일부 국가들은 검진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동남아·남아시아 국가들의 타격은 팬데믹 초기 고전하다 백신 접종으로 안정을 찾고 있는 서방 국가들의 모습과 대조된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은 고위험군에 대한 백신 접종을 넘어 이제는 18세 미만 아동·청소년 백신 접종까지 추진 중인 반면, 동남아·남아시아 국가들은 백신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 관계자는 “백신 불평등이 남아시아 지역 전역에서 바이러스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니세프는 WHO와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이 공정한 백신 공급을 기치로 추진하는 국제 백신협력프로그램 코백스(COVAX)에서 확보한 백신을 개발도상국·저개발국에 직접 공급하는 일을 맡고 있다.

이 관계자는 “남아시아 지역에서 대부분의 고위험군은 백신을 맞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으며, 이 상황이 해결되지 않으면 바이러스는 계속 퍼질 것”이라면서 “백신을 과잉 투여하고 있는 부유한 국가들은 이런 현실을 무시해선 안 된다. 바이러스가 더 오래 방치될수록 더 치명적이거나 전염성 강한 변종이 나타나 전 세계에 퍼질 위험이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sabi@news1.kr

키워드

  • #코로나19
  • #신종코로나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