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젊은층 파고든 델타변이…5월 이후 감염률 50%↑

백신 접종률 낮은 미국 남부서 젊은층 상대 타격 우려 나와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의 확산 기세가 심상치 않으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에서 처음 발견된 알파 변이를 밀어내고 전 세계적으로 조만간 우세종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는 선진국들의 규제 완화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영국은 지난 14일 애초 6월 21일이던 규제 완화일을 7월 19일로 연기하기로 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대규모로 전 세계에서 처음 시작한 영국은 2차 접종 완료자는 약 3천21만명으로 전체 성인 인구의 57.4%에 달한다.

1차 접종은 성인 인구의 79.4%(약 4천183만명)가 마쳤다.

그런데도 하루 신규 확진자는 최근 7일 연속으로 7천명 이상을 기록했다.

영국에서 처음 발견된 알파 변이가 확산하면서 백신 접종을 서둘렀던 영국이 신규 감염자가 감소하며 한숨을 돌릴 때 전염성이 더 강한 델타 변이가 확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진은 유병률(일정 기간 특정 지역 인구수 대비 환자수) 조사를 통해 지난 5월 이후 감염률이 50%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지난 5월 20일부터 6월 7일까지 REACT-1 유병률 조사를 실시한 결과 0.15%로 나왔다.

지난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실시한 조사에서는 유병률이 0.10%였다.

특히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감염병 전공인 스티븐 라일리 교수는 취재진에게 "젊은 세대 감염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라면서 "11일마다 두 배로 늘었다. 확실히 나쁜 소식이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영국에서 가장 큰 유병률 조사로, 10만9천명의 자원자들이 검사를 받았다.

델타 변이 확산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자 영국 정부는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영국의 백신 접종 연령은 23세까지 내려갔고 이번 주말이면 18세 이상은 모두 예약할 수 있게 됐다. 접종 간격도 8주로 줄였다.

미국에서도 델타 변이가 확산하고 있다.

스콧 고틀리브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지난 13일 델타 변이 감염자가 2주마다 2배로 늘고 있으며 전체 확진자의 1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인용한 가디언에 따르면 델타 변이 감염자는 5월 중순 2.5%로 2주 전인 1.3%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4월에는 0.6%에 불과했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최근 집계에서 델타 변이는 이미 전 세계 80여개 국으로 번졌다.

이에 CDC는 델타 변이를 '우려 변이'로 지정했다. '관심 변이'에서 경고 단계가 올라간 것이다. WHO도 지난달 10일 델타 변이를 우려 변이로 분류했다.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의 확산이 백신 접종률이 떨어지는 지역에서 젊은 층을 위주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경우 북동부 지역의 상당수 지역에서 2차까지 끝난 접종률이 50%를 넘겼으나, 앨라배마, 루이지애나, 테네시 등의 남부 주에서는 35%에 불과하다.

베일러대 백신 연구자인 페터 호테스 박사는 트위터에 "델타 변이가 올 여름 남부지역을 강타할 수 있다"면서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젊은이들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미 비영리단체 카이저가족재단은 미국 일부 주에서 백신 접종률이 낮은 이유로 취약계층이 백신을 맞기 위해 휴가를 내거나 교통수단을 구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면서 이를 개선하면 접종률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전염력이 강한 델타 변이가 전 세계적으로 우세종이 될 경우 팬데믹이 수그러드는 시기가 늦춰지고 다른 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마리아 판케르크호버 WHO 코로나19 기술팀장은 15일 부국과 빈국 간의 백신 공급 격차 해소를 강조하면서 "우리는 바이러스가 변화해 상황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지금 최대한 감염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