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올림픽 조별리그 1차전 뉴질랜드에 충격패
남은 2경기 이겨야 자력 8강행, 메달 도전 적신호

경기 내내 쉴 새 없는 공격에도 무득점
최적의 '와일드카드 활용법' 찾기 실패
움츠린 뉴질랜드에 통한의 VAR 실점
상대 수비 높이 극복 못한채 무릎 꿇어
역대 맞대결서도 사상 첫 패배 굴욕도
김학범 감독   "아직 2경기 남았다" 

"잘 된 게 없다."
충격적인 패배였다. 올림픽 남자 축구 역대 최고 성적(2012년 런던 대회 동메달)을 목표로 내건 '김학범호'가 첫판부터 일격을 당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팀은 22일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스타다움에서 끝난 뉴질랜드와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0-1로 졌다. 한국 축구가 올림픽팀 경기에서 뉴질랜드에 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3전 전승을 기록했다.
한국은 애초 조 최약체로 거론된 뉴질랜드를 전,후반 내내 몰아붙였다. 슛 수에서 12-2로 크게 압도했다. 그러나 상대 밀집 수비에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했을뿐더러 몇 차례 결정적인 슛은 허공을 갈랐다. 조급해진 한국은 후반 중반 이후 상대 역습에 말려들었다. 결국 후반 27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4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에 빛나는 상대 와일드카드 공격수 크리스 우드(번리)에게 결승골을 내줬다. 애초 우드는 경계 대상 1순위로 꼽혀왔다. 이날 중앙 수비 조합으로 나선 주장 이상민과 정태욱이 사력을 다해 막았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뉴질랜드 역습 상황에서 조 벨이 중거리 슛을 시도했는데, 공이 정태욱 다리에 맞고 굴절돼 우드에게 흘렀다. 우드는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1승 제물'로 여긴 뉴질랜드에 오히려 덜미를 잡힌 한국은 오는 25일 루마니아(가시마), 28일 온두라스(요코하마)와 2~3차전에서 반드시 이겨야만 자력 8강행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우려했던 완전체 실전 호흡, 최대 과제로
단순히 운이 나빴다고 하기엔 남은 경기의 희망을 찾아보기 어려운 경기력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날 뉴질랜드는 또 다른 와일드카드 수비수인 윈스턴 리드(웨스트햄)를 중심으로 파이브백을 펼쳤다. 2선과 수비 라인을 내리면서 한국 공격수의 빠른 침투를 대비했다. 뉴질랜드가 수비 지향적으로 나서면서 최전방 우드에게 한 방을 기대한다는 건 김 감독이나 선수 모두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알고도 당한 셈'이다. 
한국은 이날 12개의 슛 중 유효 슛은 2개에 그쳤다. 이마저도 원톱으로 출격한 황의조(보르도)가 고군분투하며 얻어낸 것이다. 김 감독은 이날 2선에 권창훈(수원)~이강인(발렌시아)~엄원상(광주)을 배치해 지원 사격에 나섰다. 하지만 뉴질랜드 밀집 방어에 고전하자 후반 13분 이들 3총사를 모조리 벤치로 불러들이고 송민규(포항)~이동경~이동준(이상 울산)을 집어넣었다. 공격수의 스피드와 개인 전술은 간간이 두드러졌으나, 세밀한 연계 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았다. 
'김학범호'는 이전 대회와 비교해서 최종 명단 발표가 다소 늦은 편이었다. 지난 1일이 돼서야 최종 소집 훈련을 시행했다. 그러나 와일드카드로 뽑았던 김민재가 소속팀의 올림픽 차출 허락을 받지 못해 도쿄 출국 전날(16일) 하차하는 등 혼선을 겪었다. 여기에 김 감독은 본선 경쟁국을 염두에 두고 전력 노출을 최소하하겠다며 지난 13일과 16일 치른 아르헨티나, 프랑스와 두 차례 최종 모의고사에서 정상 전력을 가동하지 않았다. 평소 준비 과정에서 틈을 보이지 않는 김 감독의 스타일을 고려하면 다소 의아한 부분이 많았다. 
김 감독은 이날 공언한 대로 지난 평가전과 다른 시도를 했다. 특히 후반 승부수를 띄울 때 평가전 당시 원톱으로 썼던 이동준을 오른쪽 윙어로 집어넣었다. 막판엔 키 194㎝인 센터백 정태욱을 최전방으로 올려 고공 플레이를 맡겼다. 하지만 모두 안타깝게도 묘책이 되지 않았다.
 
◇와일드카드 최적의 퍼즐도 여전히 물음표
와일드카드 활용에 대한 최적의 퍼즐도 찾지 못했다. 원톱 황의조는 이날 전방에서 고립되는 경향이 짙었다. 2선에서 또다른 와일드카드인 권창훈을 비롯해 이강인, 엄원상과 시너지를 기대했으나 기대에 밑돌았다. 특히 나란히 왼발을 쓰는 권창훈과 이강인은 2선에서 활동 반경이 넓은 편인데, 종종 동선이 겹쳐 최적의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다. 뒤늦게 올림픽팀에 합류한 박지수도 결국 이날 벤치에서 출발했다. 김 감독은 첫 경기 중요성을 고려해 기존 올림픽 연령대 멤버인 주장 이상민과 정태욱을 썼다. 하지만 중앙 수비는 김 감독이 가장 걱정하는 포지션이다. 즉, 남은 경기에서 박지수를 유익하게 활용해야 좀 더 안정적인 경기 운용이 이뤄진다. 지금처럼 겉돌면 '김민재 딜레마'에 갇혔다가 와일드카드 1장을 버리는 꼴이 된다.
김 감독은 "(경기 전) 라커룸에서 선수에게 '역사의 시작을 알리자'고 했다. 첫 경기여서 그런지 선수들 몸에 힘이 들어갔다. 다음 경기부터는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상민은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 남은 2경기 사소한 부분까지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가시마 | 김용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