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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4년 세계정상 지킨 한국 양궁의 힘은 ‘공정한 선발+완벽한 시스템’
25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여자 양궁 대표팀이 시상대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1988년부터 2021년까지. 34년간 올림픽 양궁 여자단체 시상대의 가장 높은 곳은 단 한 나라에게만 허용됐다. 세상에 없는 기록, 한국 여자 양궁이 또한번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한국 여자양궁이 2020 도쿄올림픽서 단체전 9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강채영(25·현대모비스), 장민희(22·인천대), 안산(20·광주여대)으로 이뤄진 여자 대표팀은 25일 일본 도쿄의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단체전 결승전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에 6-0(55-54 56-53 54-51) 완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로써 한국은 단체전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9회 연속 이 종목을 제패하는 대기록을 쓰게 됐다. 한국 양궁이 올림픽에서만 따낸 메달이 1984년부터 금메달 25개, 은메달 9개, 동메달 7개에 이른다.

한국 양궁이 세계와 초격차를 이루게 된 배경은 공정한 대표 선발과 완벽한 육성·지원 시스템에 있다.

제1원칙은 ‘제로 베이스’부터 똑같이 출발하는 것이다. 어느 누구에게도 어드밴티지를 주지 않는 대한양궁협회의 잔인할 정도로 철저한 원칙주의가 시작점이다. 남녀 130여명의 실업팀 선수들이 만들어내는 저변과 냉정한 경쟁체제는 40년 가까이 한국 양궁이 최강의 자리를 유지해온 비결이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서 거의 매번 새로운 얼굴로 대표팀이 구성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올림픽이 1년 미뤄진 상황에서도 협회의 대원칙은 그대로 지켜졌다. 잠시 고민의 시간은 있었지만 2020년도 국가대표 선발전서는 그해 대표 자격만 부여하기로 했다. 2021년도 대표 선발전과 올림픽 대표 선발전의 지옥 관문을 통해 도쿄 무대에 설 새 얼굴들이 탄생했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개인·단체전을 휩쓴 장혜진과 기보배, 최미선 중 누구도 도쿄행에 성공하지 못했고, 그 자리를 올림픽 경험이 전무한 강채영, 장민희, 안산이 채웠다.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 마련된 양궁 훈련장.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과 흡사한 환경으로 조성됐다. [연합]

대한양궁협회의 지원과 선수 육성 시스템도 큰 몫을 차지한다. 협회는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과 비슷한 환경을 진천선수촌 양궁장에 그대로 구현해 다양한 변수에 대비해 실전 훈련을 했다. 유메노시마공원과 입지 조건이 비슷한 전남 신안군 자은도에서 바닷가 특별훈련을 하기도 했다. 표적판 뒤에 전광판 2세트를 설치, 실전에서 조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빛바램, 눈부심 등 상황을 만들어 미리 적응토록 했다. 코로나19로 무관중 개최를 미리 예측해 200석의 빈 관람석까지 설치했는데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대한양궁협회 회장사 현대차그룹의 아낌없는 지원도 한국 양궁의 초격차를 뒷받침했다. 정의선 회장은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한 부친 정몽구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37년째 한국 양궁을 지원했다. 현대차는 1985년과 2009년 세계선수권 등 국제대회를 유치하고 세계 최대 규모 국내 대회를 신설해 유망주 육성과 저변확대에 힘썼다. 최신 기술을 접목한 혁신적인 훈련기법 및 장비 도입을 지원해 경기력 향상을 이끌었다. 30여년간 현대차가 한국 양궁에 투자한 금액만 500억원에 육박한다.

이제 한국양궁은 26일 남자 단체전과 남녀 개인전에서 남은 금메달을 싹쓸이, 2016 리우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전종목 석권의 금자탑에 도전한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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