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쌓여도 배 없어 못 보낸다"…수출기업, 물류대란에 '초비상'

고운임에 역마진 납품까지…"비용 상승에 실적 하락 우려↑"
"원자재 가격도 올라"…인플레·스테그플레이션 가능성 제기


글로벌 물류대란이 심상치 않다. 미국 LA 앞바다에는 수십척의 화물선이 하역을 대기 중이고, 영국 최대 항만인 펠릭스토우 항은 화물 선박을 아예 받지 못하고 있다.

바닷길이 막히면서 국내 수출기업들은 비상이다. 당장 배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고, 비싸진 운임에 역마진 사태도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원자재 수급 차질까지 나타나면서 제조업 경기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 물류대란에 직격탄…"수출 기업 어쩌나"  

수출기업들의 운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조사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 1000대 수출 기업 대상 해운 물류 애로를 조사한 결과, 올 상반기 물류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9% 증가했다. 올 하반기도 23.8% 상승할 전망이다.

실제 글로벌 해운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8일 기준 4647.60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초(1438.2포인트)와 비교하면 3배 넘게 오른 수치다.

수출로 먹고사는 기업들은 당장 비상이다. 4분기 블랙프라이데이와 광군제, 크리스마스 등 연말 최대 쇼핑 시즌을 앞두고 보낼 물량은 쌓여있지만, 실어 보낼 배가 없다.

배나 항공기를 구했더라도 비싸진 운임에 손실을 감수하고 제품을 보내는 일이 다반사가 됐다. 물건을 팔고도 비싼 운임에 '역마진'이 발생하는 일이 수두룩하다.

전경련 조사에서도 가장 큰 문제로 해운 운임 급등(26.3%)과 운송 지연(25.4%), 선박확보에 어려움(18.6%) 등을 꼽았다.

물류비 부담은 영업이익 감소(38.9%)와 비용 증가(36.2%)로 이어졌다. 배를 구하지 못한 곳은 납기를 지키지 못하면서 거래가 단절(2.7%)되기도 했다.

그나마 대기업은 장기 해운 운송계약(33%)으로 충격이 덜하지만, 단기 계약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일수록 부담이 크다.

한 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은 해외 공장도 있고, 운임 협상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힘들다"며 "수출 부품사만 하더라도 부담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 기업들의 실적 감소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물류비용을 원가에 반영하는 비중이 4분의 1 수준으로, 대부분 자체 부담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물류비용 증가가 내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해운업계 육성을 위한 근본적 정책 외에 선박 확보 애로, 거래처 단절 등 어려움을 겪는 수출 대기업에 대한 면밀한 정부 대응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해운사나 일부 항공사는 운임 상승으로 인한 실적 개선 기대감이 있다. 김학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22년도 실적 전망치가 빠르게 상승한 업종은 운송과 조선으로 공급망 차질 장기화의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이라며 "운임지수 증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공급망 차질이 내년도까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 운임 이어 원자재 상승…기업 부담↑

계속되는 물류 운임 상승과 운송 지체로 인한 원자재 수급 차질도 기업의 걱정거리다.

올해 들어 천연가스 가격은 400% 폭등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석탄 가격도 140% 급등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가도 연일 오름세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11월 인도분은 전장 대비 87센트(1.08%) 상승해 배럴당 81.31달러를 기록했다. 북해 브렌트유 12월물도 82센트(0.99%) 뛰어 배럴당 8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7년 내 최고치다.

19개 주요 원자재 선물 가격을 평균한 CRB 지수는 지난 12일 기준 8월 말 대비 8.1% 상승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은 기업들의 생산비 증가로 이어진다. 제품을 만드는 재룟값이 비싸졌기 때문이다.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은 지난 7월 101포인트(p)에서 이달 92p로 3개월 만에 9p 낮아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월 경제동향을 통해 "원자재가격 상승 및 물류 불안으로 인해 제조업 심리지표가 하락세를 지속하며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원자재가격은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 중심으로 높은 상승세가 지속되며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기업들이 비용 상승분을 상품 가격에 전가해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이 고물가의 인플레이션(inflation)이나 저성장-고물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을 경고하는 이유다.

다만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수요보다는 다방면에 걸친 공급망 차질로 인해 경제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수요가 뒷받침해준다면 글로벌 경제의 추세적 회복 흐름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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