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따른 환경 급변에 수급 불균형

"너무 급하게 사들여 나중에 낭패 볼 수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에서 주택 쟁탈전이 불붙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전미부동산협회(NAR)가 11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주택이 시장에 나온 뒤 팔릴 때까지 걸린 시간의 중간값은 1주일이었다.

이는 1989년 이 자료가 수집되기 시작한 이래 최단기간으로 기록됐다.

재작년 6월부터 작년 6월까지 매물이 거래될 때까지 기간의 중간값은 3주였다.

WSJ은 이런 현상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주택거래 동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주택시장이 달아오른 원인으로는 코로나19 때문에 급변한 노동, 보건 여건이 지목된다.

주택 수요는 재택근무, 저금리 대출, 금융자산 가격상승에 힘입어 증가했다.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재택근무에 들어가면서 더 넓은 집이 필요해졌다.

이들은 저리로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할 수 있었고 미래 걱정에 더 많이 저축한 데다 주가 상승으로 돈도 벌었다.

반면 감염 위험 때문에 집주인이 아무나 만나게 되는 경쟁시장에 집을 내놓기를 꺼리면서 주택 공급은 줄었다.

대출을 받아 주택을 산 집주인들이 저금리 덕분에 싸게 다른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된 점도 공급감소 원인이다.

이처럼 집을 사려는 사람은 많고 나오는 집은 줄어든 상황 때문에 매물이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사라지는 것이다.

WSJ은 마음이 급한 구매자가 위험 부담을 너무 쉽게 떠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쟁자들을 제치고 집을 차지하려고 나중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까지 포기한다는 것이다.

제시카 로츠 NAR 부회장은 "집을 살 때 성탄 트리나 소파를 어디에 둘지 같은 구상은 이제 아예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미국 집값은 치솟고 있다.

미국에서 주택은 보통 등록된 가격 약간 아래에서 거래됐다.

그러나 작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는 팔려고 부르는 값(호가)이 그대로 거래가의 중간값이었다.

이 기간 주택 거래가 중간값은 30만5천 달러(약 3억6천만원)로 작년 같은 기간 27만2천500 달러(약 3억2천만원)에 비해 12%가량 올랐다.

이는 NAR가 이 부문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최고치로 기록됐다.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