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러 없이 독자 운영해야 하는 상황 올까 '촉각'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 항공우주국(NASA)이 러시아의 협력 없이 독자적으로 국제우주정거장(ISS)을 유지할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에 부심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반발해 러시아가 ISS 운영에서 빠질 수 있어서다.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를 이끄는 드미트리 로고진 사장은 지난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러시아와 미국의 우주협력이 중단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대러 제재가 "(러시아) 항공우주산업뿐 아니라 그들(미국)의 우주 프로그램도 저해할 것"이라면서 "우리와의 협력을 막는다면 ISS가 궤도에서 이탈해 미국이나 유럽에 떨어지는 건 누가 막느냐"라고 말했다.

2000년부터 미국과 함께 ISS를 함께 운영해 온 러시아는 우주화물선인 '프로그레스'의 엔진을 분사해 주기적으로 ISS의 고도를 상공 400㎞ 안팎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대신 미국은 ISS의 전력공급과 생명유지장치 운영을 전담하고 있어 어느 한 쪽이 없으면 운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NASA의 유인우주선 프로그램 책임자 캐시 루더스는 항공우주·방위기업인 노스롭그루먼이 ISS의 고도 유지 업무를 러시아 대신 부담할 수 있다는 의향을 밝혀왔고 미국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도 해당 업무를 자사가 수행할 수 있을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노스롭그루먼이 개발한 시그너스 우주화물선은 ISS의 고도유지에 사용될 수 있는 성능을 지니고 있다.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러시아 연방우주공사 외엔 ISS의 궤도를 유지할 역할을 맡을 주체가 없다는 취지의 로고진 사장의 트윗 댓글에 스페이스X의 로고를 올려놓기도 했다.

그러나, 루더스는 미국의 ISS 독자 운영을 가정한 계획들은 어디까지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것일 뿐이라면서 "ISS는 상호 의존을 통해 구현된 국제 파트너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ISS에 머물고 있는 우주인들의 활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실무 레벨에선 상대방(러시아)이 열의를 다하지 않고 있다고 볼 어떠한 조짐도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미국과의 우주협력을 즉각 중단할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다.

로고진 사장은 1일 트위터에 "우크라이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NASA와 러시아 연방우주공사가 평소처럼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나사의 유인우주선 프로그램 매니저 캐시 루더스가 말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병합을 비롯해 그 동안 여러 차례 지정학적 위기에도 미국과 러시아는 ISS를 통한 우주협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러시아가 ISS의 노후화를 이유로 운영 협약이 종료되는 2024년 철수를 공언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미·러 우주협력과 ISS의 마지막을 앞당기는 역할을 하게 될 수 있다고 가디언은 전망했다.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