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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9% 폭락위기’ 테라 권도형 누구? 韓머스크냐, ‘사기꾼 홈스’냐
권도형 테라폼랩스 창업자 및 CEO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국내 개발진이 발행을 주도한 루나와 테라USD(UST) 폭락으로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이 큰 충격에 휩싸였다. 두 코인을 발행한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의 권도형(30)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지고 있다.

권 대표는 얼마 전만 해도 '한국판 일론 머스크'로 칭해졌지만, 루나와 테라 폭락 사태를 거치며 외신들은 실리콘밸리 최대 사기극의 주인공 엘리자베스 홈스 전 테라노스 CEO와 같다는 비판이 나오는 게 현실이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과 가상화폐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 등에 따르면 권 대표는 눈에 띄는 이력을 상당수 소유한 청년 창업가다.

권 대표는 한국의 외국어고를 졸업한 후 미국 실리콘밸리 인재의 산실로 불리는 스탠퍼드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빅테크 기업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엔지니어를 거쳤고, 2018년 소셜커머스 티몬 창업자 신현성 대표와 함께 테라폼랩스를 설립했다.

테라폼랩스가 발행하는 루나와 테라 코인을 통해 권 대표는 가상화폐 업계의 총아로 떠올랐다. 두 코인은 시가총액 상위권 암호화폐로 부상했다.

한달 전에는 가상화폐의 큰 손을 뜻하는 '비트코인 고래'로 주목 받았다.

그가 설립한 '루나파운데이션가드'가 테러 가치를 떠받드는 안전 장치의 일환으로 15억달러(1조9300억원) 어치 비트코인을 사들인 데 따른 것이다.

권 대표는 한국과 테라폼랩스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를 오가며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권'(Do Kwon)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그의 트위터 팔로워는 63만명 이상이다.

가상화폐 부자가 된 그는 국내외 언론과 접촉을 피하며 '루나틱'이라고 불리는 투자자들과 SNS로 소통했다.

트위터를 애용하는 세계 최대 부자 머스크와 닮았다고 해 '한국판 머스크'라는 별명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 루나와 테라 폭락 사태로 권 대표는 발목이 잡힌 모습이다.

테라폼랩스의 사업 구조는 초기부터 논란이 있었다.

테라폼랩스는 특이한 알고리즘을 채택해 코인을 발행한다. 테라 블록체인 상태계의 기본 통화인 루나 공급량을 조절해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 1개의 가치를 1달러에 맞추는 것이다.

테라를 예치하면 루나로 바꿔주고 최대 20% 이율을 약속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했다.

하지만 스테이블 코인이 실물자산을 담보로 한다는 점에서 루나와 테라의 거래 알고리즘이 '폰지 사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가상화폐 상승기에는 이 알고리즘에 문제가 없었다. 다만 최근 가상화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시스템은 작동 불능 상태에 빠졌다.

테라가 1달러 밑으로 추락하자 테라폼랩스는 루나를 대량 생산했다. 루나로 테라를 사들여 유통량을 줄이면서 테라 가격을 올리려고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루나 가치는 통화량 증가의 덫에 빠져 폭락했다. 테라와 루나를 동반 투매하는 뱅크런으로 이어졌다. 이른바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 효과였다.

13일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모습.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자매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UST) 폭락으로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비트코인은 9개월여 만에 4천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연합]

권 대표는 코인 폭락을 막기 위해 15억 달러(약 1조9230억원) 자금 조달에 나섰으나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테라폼랩스가 암호화폐 업계의 여러 기업과 접촉했지만 자금 조달에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권 대표의 과거 행적과 트위터 발언을 들추며 비판하는 외신 보도는 이어지고 있다.

코인데스크는 권 대표가 과거 실패한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인 베이시스 캐시를 익명으로 공동 설립했다고 보도했다.

또 지난해 7월 영국의 한 경제학자가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모델의 실패 가능성을 지적하자 권 대표는 "난 가난한 사람과는 토론하지 않는다"고 조롱했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전했다.

코인데스크의 데이비드 모리스 수석 칼럼니스트는 "권 대표는 암호화폐의 엘리자베스 홈스"라며 테라와 루나 폭락 사태에 대해 소송과 형사 고발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전날 권 대표 집에 신원 미상의 남성이 찾아와 초인종을 누르고 달아난 사건이 벌어져 경찰이 용의자 추적에 나섰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전날 오후 6시께 권 대표 자택의 초인종을 눌러 권 대표 소재를 확인하고 달아난 남성을 쫓고 있다.

경찰은 권 대표의 배우자를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 대상자로 지정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루나는 현재 99% 폭락한 1센트대로 추락했다. 스테이블 코인 UST는 39센트로 폭락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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