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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태권 폐지’로 둘로 쪼개진 미국...낙태약 불티나게 팔린다
임신 10주내 약물낙태 허용
비영리단체 예약 접수 4배로
미국인 59% “판결 지지 안해”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하지 않은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직후 여성의 낙태약 구매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임신 후 10주 이내로 약물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데, 대법원의 판결로 약물 낙태도 엄격하게 규제될 전망이다. 이날 미국 여성들이 워싱턴에서 대법원의 판결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며 행진하고 있다. 한 여성은 ‘어떻게 총이 여자보다 더 많은 권리를 가질 수 있느냐’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로이터]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하지 않은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의 후폭풍이 미 전역을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여러 주(州)에서 낙태약 판매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낙태를 위한 약물을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 ‘저스트 더 필(Just the Pill)’을 인용해 연방대법원의 판결 직후 몇 시간 내 100건이 넘는 낙태 약 구매 예약 요청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이는 이 단체에 접수되는 하루 평균 예약 요청 건수의 4배에 달하는 수치다.

대법원의 판결과 동시에 병원에서 낙태 시술이 불법이 되자 낙태약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것이다. 미국의 많은 여성 병원은 판결 직후 환자에게 예약 취소 전화를 돌리고 문을 닫았다.

미 식품의약국(FDA)는 임신 후 10주 이내로 약물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FDA는 2000년 임신 유지 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을 차단하는 미페프리스톤을 승인했다. NYT에 따르면 낙태를 원하는 많은 여성이 수술보다 저렴한 약물을 택하고 있다. 약물은 우편으로 받을 수 있어 사생활 보호까지 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모든 형태의 낙태를 금지하는 주에서는 약물 낙태도 엄격하게 금지할 전망이다.

백악관은 이에 지난 24일 성명을 통해 “주 정부 관리들이 미페프리스톤에 대한 접근을 금지하거나 심각하게 제한하려 한다”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미 보건복지부에 미페프리스톤의 접근을 최대한 허용할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번 판결로 계기로 표심을 민주당에 결집시키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앞서 미 CBS방송이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와 함께 지난 24∼25일 성인 159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9%는 ‘대법원 판결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41%는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58%는 낙태를 합법화하는 연방 차원의 법률 제정에 찬성했고, 42%는 반대했다.

민주당은 대법원 판결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들이 더 많은 여론의 우위를 토대로 중간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삼으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낙태권이 투표용지 위에 있다고 밝힌 것을 시작으로 중간선거에 출마한 연방의회, 주 정부, 주의원 후보들도 일제히 이 문제를 최전방의 이슈로 부각하려고 달려들고 있다.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해야 낙태권을 보장하기 위한 연방 차원의 법률을 제정할 수 있고, 주 단위에서도 여성의 권리를 지킬 수 있다는 논리다.

민주당은 유권자의 분노를 행동으로 옮기고 지역 선거운동으로 조직화하기 위한 웹사이트까지 개설했다. 특히 민주당은 이번 판결이 ‘스윙 보터(누굴 찍을지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로 통하는 교외 지역 여성 유권자의 지지를 자극할 호재로 여기는 분위기다.

반면 공화당에선 선거의 근본 구도가 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번 판결의 영향이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서맨사 블록 공화당 의회선거위원회 대변인은 “대법원 판결은 낙태 문제를 주로 되돌려준 것”이라며 “유권자의 가장 큰 우려는 물가, 치솟는 범죄, 남부 국경지대의 재앙이라는 사실을 바꾸는 것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법원 판결이 중간선거 경쟁에 새로운 요소를 추가했다며 민주당과 공화당의 상반된 반응은 중간선거 득표전 계산의 차이를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혜정 기자

yoo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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