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살인' 사건 피고인 이은해. [연합]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이 나쁜 X!” ‘계곡 살인사건‘ 피해자 윤모(사망 당시 39세)씨의 어머니가 11일 법정에서 이은해(31) 씨의 왼쪽 어깨를 우산으로 때리며 참아왔던 울분을 터트렸다.

재판 뒤 퇴정하다가 우산에 맞은 이 씨는 굳은 표정으로 아무런 말 없이 3초 가량 윤씨의 어머니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돌발상황이 벌어지자 교도관들은 호송하던 이씨를 데리고 재빨리 법정 대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윤씨 어머니는 “때리면 안 된다”는 경위의 제지를 받고 “왜 때리면 안 되느냐”며 절규했다.

이날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 이규훈) 심리로 살인 및 살인미수,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은해씨와 공범이자 내연남인 조현수(30)씨의 5차 공판을 진행했다.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씨가 1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

검찰은 이씨와 조씨가 계곡살인을 저지르기 1~2개월 전 피해자 윤씨를 데리고 자주 방문했던 경기 가평군의 일명 ‘빠지’(수상레저를 즐기는 유원지의 속어) 업체 사장 A씨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A씨는 "윤씨는 물을 아주 겁냈고 물에 들어가면 경직돼 굳어버려 허우적대지도 못했다"며 "수영강사 경험이 있던 직원 또한 윤씨는 '수영이 아예 안 되는 사람'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A 씨에 따르면 이씨와 조씨는 2019년 5월부터 6월까지 총 9차례 해당 업체를 방문했다. 이중 피해자 윤 씨와 함께 온 것은 6~7차례 정도라고 진술했다.

A씨는 또 "윤씨는 처음에 웨이크보드를 타기 싫어했다"면서 "이은해가 윤씨에게 '안 탈거면 여기 왜 따라왔느냐'고 짜증과 화를 내자 약 20분 후 윤씨가 웨이크보드를 탔다"고 했다.

그러면서 "초급자들은 봉을 잡고 웨이크보드를 타는데 윤씨가 타던 중 손에서 봉을 놓쳐 물에 빠졌다"면서 "구명조끼를 입고 있던 윤씨가 얼굴을 물에 전부 파묻고 엎드린 채로 경직돼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보고는 물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계곡 살인' 사건 피고인 이은해(왼쪽)와 공범 조현수. [연합]

당시 조씨가 A씨에게 "윤씨가 탈 만한 '빡센' 놀이기구가 없느냐"고 묻거나 "(놀이기구를 타다) 죽어도 좋으니 윤씨를 세게 태워달라"고 요청했던 사실도 진술했다. 조씨는 물을 무서워하는 윤씨에게 "형님 쪽 팔리게 뭐하느냐"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이씨의 변호인은 계곡살인 약 7개월 전인 2018년 12월18일 윤씨가 이씨와 함께 베트남 나트랑으로 휴가 가서 찍은 사진을 제시하며 "윤씨는 수영이 가능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A씨는 "사진 속 수영장은 수심이 가슴 깊이 정도로 보인다"면서 "윤씨는 빠지에서도 뭍과 가까운 곳에 있는 미끄럼틀처럼 안전이 담보된 시설은 좋아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빠지가 있던 강의 수심은 대략 20~50m라 사람의 발이 땅에 닿지 않는다. 특히 웨이크보드는 자신이 언제 물에 빠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A씨는 이씨와 조씨가 윤씨를 빠뜨려 살해하려 했던 경기 용인시 낚시터 사진을 보고는 "뭍에서 7~8m 되는 거리에서 윤씨가 구명조끼 없이 수영해 올라오는 것은 절대 불가능"이라고 했다.

이씨와 조씨의 다음 공판은 같은날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