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교세포 '시냅스 파괴' 등 바로잡는 '크리스퍼 기술' 개발

미국 UCSF 연구진,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이는 유전자는 대부분 소교세포(microglia)를 통해 영향을 미친다.

소교세포가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 퇴행 질환의 발생과 진행에 깊숙이 관여한다는 뜻이다.

크게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로 나뉘는 신경계는 뉴런(신경세포)과 교세포로 구성돼 있다.

신경계의 90%를 차지하는 교세포는 신경 조직을 지지하고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

'미세아교세포'로 불리기도 하는 소교세포는 중추 신경계의 면역 기능을 담당한다.

중추신경계의 교세포는 이밖에 혈뇌장벽(BBB)을 구성하고 영양분을 공급하는 성상세포(astrocyte), 신경 줄기세포 역할을 하는 뇌실막세포(ependymal cell), 축삭을 감아 수초를 형성하는 희돌기세포(oligodendrocyte) 등이 있다.

건강한 소교세포는 중추신경계의 노폐물과 독성 물질을 청소해 뉴런이 최상의 기능을 수행하게 돕는다.

이런 일은 거의 소교세포만 할 수 있다. 다른 면역세포는 혈뇌장벽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소교세포가 정상 궤도를 벗어날 경우 신경계에 염증이 생기고 뉴런과 신경망이 심하게 손상된다.

이처럼 궤도 이탈한 소교세포가 다시 정상 기능을 할 수 있게 소교세포의 유전자를 조작하는 '크리스퍼 기술'(CRISPR Technology)이 개발됐다.

이 유전자 편집 기술은 노인성 치매를 일으키는 알츠하이머병 등을 치료하는 데 획기적인 접근법이 될 거로 기대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신경퇴행질환 연구소의 마틴 캠프만 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11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에 논문으로 실렸다.

유전자가 고장 난 소교세포의 일탈 행동 중 하나는 시냅스(뉴런 연접부)를 망가뜨리는 것이다.

뇌가 발달하는 아동기와 청소년기라면 소교세포의 시냅스 절단은 정상이다.

그러나 다 자란 성인의 뇌엔 재앙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최근 5년간 소교세포의 이상 행동에 관한 연구 결과가 여러 건 나왔다.

하지만 어떤 유전학적 메커니즘이 관련됐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에 캠프만 교수팀은 소교세포의 상태가 변할 때 각각 어떤 유전자가 개입하는지, 그리고 달라진 상태가 어떻게 조절되는지 밝혀냈다.

소교세포는 대체로 크리스퍼 기술에 잘 반응하지 않는다.

예컨대 원하는 유전 물질을 바이러스에 실어 집어넣는 것에도 소교세포는 저항한다.

그래서 연구팀은 기증자의 줄기세포에서 분화한 소교세포를 썼다. 다행히 이 소교세포는 인간의 정상적인 소교세포처럼 행동했다.

연구팀은 두 축을 연계해 작동하는 크리스퍼 플랫폼도 개발했다.

하나는 소교세포의 개별 유전자를 켜고 끌 수 있는 크리스퍼 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소교세포의 기능과 상태를 보여주는 데이터 해독 결과였다.

이를 통해 어떤 유전자가 소교세포의 생존과 대량 증식 능력에 영향을 주는지 정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아울러 소교세포가 얼마나 활발히 염증성 물질을 생성하고 얼마나 공격적으로 시냅스를 잘라내는지도 알아냈다.

어떤 유전자가 어떤 활동을 제어하는지 확인한 이상 소교세포의 행동을 바로잡는 건 간단했다.

문제를 일으킨 유전자를 재설정하면 병든 소교세포는 정상으로 복구됐다.

캠프만 교수팀은 먼저 현존하는 약제 물질로 병든 소교세포를 고칠 수 있는지 동물 모델에 시험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이미 개발된 약물 중에서 관련 유전자에 작용하는 걸 찾아내기를 희망하고 있다.

문제를 일으킨 유전자를 그런 약물로 정확히 재설정하면 소교세포가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거로 연구팀은 예상한다.

소교세포가 신경퇴행질환을 일으키는 플라크(plaqueㆍ신경반)를 제거하고 시냅스를 보호하는 걸 말한다.

짐작건대 첫 번째 표적은 알츠하이머병이다.

캠프만 교수는 "이런 질병의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했다"라면서 "성배를 찾은 것 같은 느낌도 든다"라고 말했다.

che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