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채 2년물 금리 2007년 이후 가장 높아…비트코인, 2만달러선 무너져

MSCI 글로벌 주가지수 한달새 최저…금값도 한달새 가장 낮아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강력한 매파(통화긴축 선호) 발언의 후폭풍에 29일 미 달러화 가치가 최근 20년 새 최고치로 치솟았다.

반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급락했고 금값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엔화와 유로화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측정하는 달러 지수는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 장중 109.48을 기록, 약 2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주 110선을 터치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장중 138.88엔으로 지난달 21일 이후 가장 높았고, 역외 위안화/달러 환율은 2년 새 최고치인 6.9321위안을 기록했다.

위안화 약세 등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50.8원을 기록, 2009년 4월 29일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장중 1,350원을 돌파했다.

인도 루피/달러 환율도 이날 장중 한때 역대 최고치인 80.15루피를 기록했다고 인도 PTI통신이 전했다.

미국 정부의 정책 요인을 반영하는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이날 3.4890%로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화긴축 우려 속에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2년물보다 낮은 3.1229%였다.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지난주 미국 증시가 급락한 데 이어, 이번 주 첫 거래일에서 아시아 주요 증시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4.14포인트(2.18%) 떨어진 2,426.89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 지난달 27일(2,415.53) 이후 최저치이며, 6월 22일(-2.74%) 이후 최대 하락률이다. 코스닥은 전장보다 22.56포인트(2.81%) 하락한 779.89에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225)는 2.66%, 대만 자취안지수는 2.31%, 호주 S&P/ASX 200 지수는 1.95% 각각 떨어지는 등 다른 아시아 주요 증시도 2% 안팎의 하락률을 나타냈다.

홍콩 항셍지수는 한국시간 오후 4시 30분 기준 1.14% 하락했지만,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의 회계 감독권 관련 미중 합의 등으로 중국 본토의 상하이종합지수는 0.14%, 선전성분지수는 0.07% 상승하는 강보합세를 보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시아 증시 급락 속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산출하는 글로벌 주가 지수는 2,694.62로 최근 한 달 새 최저를 기록했다.

금 현물 온스당 가격은 전장 대비 0.94% 하락한 1,721.88달러로, 역시 최근 한 달 새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금은 이자가 없는 만큼 금리 인상 시기에는 금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이 커져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게 된다.

이날 아시아 자산시장의 변동성은 파월 의장이 당분간 기준금리 고강도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한 데 따른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파월 의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잭슨홀 회의 연설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이 통제되고 있다고 자신할 때까지 금리를 계속 올리겠다고 강조, 이르면 내년께 연준의 정책 전환 가능성을 기대했던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는 "물가 안정을 회복하려면 당분간 제약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며 "지난 7월에 다음 회의에서도 또 다른 이례적인 큰 폭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고 상기시켰다.

이에 따라 당일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3.03%)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3.37%),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3.94%)가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미국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한꺼번에 올릴 가능성을 76.5%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제 시장의 관심이 다음 달 금리 인상 폭 자체보다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어디까지 올리고 언제까지 고금리를 유지할지로 옮겨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긴축 기조를 강조하는 가운데 가상화폐 가운데 시가총액이 가장 큰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달 중순 이후 한 달여 만에 다시 심리적 지지선인 2만달러(약 2천698만원)선이 무너졌다.

가상화폐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전 한때 1만9천600.79달러까지 떨어졌다가 현재 1만9천800달러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다만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생산 축소 가능성과 유럽의 석유 수요 증가 전망 속에 상승했다.

10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0.96% 오른 배럴당 93.95달러, 10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0.48% 상승한 배럴당 101.47달러를 나타냈다.

bs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