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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총알받이 아니다”...러시아 대탈출
예비군 동원령 ‘징집 피하려’ 출국 행렬
반대 시위 전역 확산...1300여명 체포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발표한 예비군 부분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한 한 남성이 경찰에 체포돼 끌려가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38개 도시에서 전국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이날 저녁까지 1300명 이상이 체포됐다. [AFP]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비군 대상 부분 동원령을 내린 뒤 21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선 징집을 피하려는 남성들의 출국 행렬이 시작됐다. 무비자로 당장 출국할 수 있는 항공편이 동났고, 소셜미디어에선 징집을 회피할 수 있는 방법 검색이 늘었다. 영국 가디언, 러시아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동원령 발표 이후 국외 탈출 러시가 일어나고 있다. 모스크바에서 무비자로 갈 수 있는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 아르메니아 예레반,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아제르바이잔 바쿠 등의 직항편이 빠르게 매진됐다. 무비자로 갈 수 있는 여행지의 항공편 가격은 최소 8배 폭등했다.

러시아 전역에서 푸틴 대통령의 예비군 동원에 반대하는 시위도 확산하고 있다.

러시아의 한 30대 남성은 모스크바타임스에 “나는 총알받이가 되고 싶지 않다”고 호소했다.

구글과 러시아 검색 사이트 얀덱스에서는 ‘팔 부러뜨리는 방법’, ‘징병을 피하는 방법’ 등의 검색이 크게 늘었다.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도 입대를 회피하기 위한 뇌물은 성행했지만 앞으로는 훨씬 더 흔해질 것이라고 가디언은 내다봤다. 기업들은 근로자가 징집돼 업무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직원들에게 군 복무 내역을 긴급히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한 대기업은 사내 공지에서 “내일 소집대상 직원들도 있다. 누구라도 아침에 소집돼 다음날부터 근무가 어려울 수 있음을 인지해야한다”고 안내했다.

인권단체 OVD-인포는 러시아 38개 도시에서 동원령 반대 시위가 벌어져 이날 저녁까지 1311명이 넘게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중 최소 502명은 수도 모스크바, 524명은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나왔다.

모스크바에서 시내 중심가에 모인 시위대가 “동원령 반대” 구호를 외치거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소규모 그룹이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연행되는 장면이 목격됐다. 러시아 독립언론 메두사는 러시아 곳곳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소규모 그룹들의 사진과 영상을 확보했으며, 이들 중 다수가 현장에서 체포됐다고 전했다. 이날 시위는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서 전국적인 차원에서 처음으로 일어난 반전 시위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온라인에서는 반전 단체 중심으로 시위 참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이에 모스크바 검찰청은 인터넷상에서 미허가된 가두시위에 합류하라고 촉구하거나 직접 참여할 경우 최고 15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러시아의 주권과 영토 보호를 위해 예비군을 대상으로 부분 동원령을 내린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에서 동원령이 내려진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구체적인 동원 대상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규모는 전체 예비군 2500만 명 중 30만 명이다.

한지숙 기자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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