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물가 지표에도 역대 최대폭 급등락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로 장 초반 급락했던 뉴욕증시가 3대 지수가 2% 이상 급등 마감하는 역대 최고 수준의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면서 그 배경에 대해 각종 설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개장 전 발표된 9월 CPI 상승률이 예상치인 8.1%를 넘어서는 8.2%로 나오면서 시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 지속 전망으로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실제 장을 열어보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개장과 함께 최대 2.39% 추락했다가 이후 하락분을 만회하더니 결국 2.60% 뛰어올라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장 초반 1.9% 떨어졌다가 2.83% 급등 마감했고, 나스닥 지수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다우 지수가 장중 최소 50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가 800포인트 이상 상승 마감한 것은 역대 처음이었다.

S&P500 지수의 장중 저점 대비 반등 폭도 역대 5번째로 컸다고 CNBC 방송은 전했다.

이 같은 미국 증시의 급락 이후 급반등 배경에 대해 외신들은 일제히 '수수께끼'라고 평가하며 다양한 설명을 쏟아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까지 S&P500 지수가 6거래일 연속 하락한 만큼 지나친 매도 구간이라는 투자자들의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봤다. 지난 7월에도 S&P500 지수가 6거래일 연속 하락 후 반등장이 펼쳐진 바 있다는 것이다.

또 악재가 충분히 나왔다는 판단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을 가능성, 집세 등 주거비 흐름이 CPI에 반영되는 데는 시차가 있는 만큼 시장에서는 실제 주거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CPI 수치보다는 나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정했다.

블룸버그·로이터 통신은 쇼트 커버링(공매도한 주식을 갚기 위해 다시 사들이는 것) 때문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주가 하락에 베팅했던 공매도 투자자들이 시장이 반등하자 손실을 줄이기 위해 쇼트 커버링에 나서며 상승세에 기름을 끼얹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공매도 비중이 큰 주식들은 이날 장중 5.4% 떨어졌다가 1.4% 상승 마감했다.

S&P500 지수 3,500선이 기술적 지지선으로 작용했을 가능성, 악재가 시장 가격에 이미 반영됐을 가능성, 미국 기업들의 실적 발표 시즌에 따른 주가 상승 기대감 등도 언급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영국의 국채 금리 상승세 진정과 파운드화 가치 회복으로 상대적으로 미 달러화 가치가 내리면서 미 증시에 순풍이 불었을 가능성도 거론했다.

블룸버그는 어떤 이유에서건 주가 하락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의 이익이 몇 시간 만에 날아가 버렸다면서, 최근 증시 투자의 어려움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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