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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고사니즘’에 기댄 바이든...중간선거 판을 바꾸다
美 대통령의 경제 올인전략과 선거학
바이든, 연초 최저 지지율 ‘조기 레임덕’ 위기까지
낙태권 논란속 진보층 결집...해볼 만한 싸움으로
‘양당’ 체제 속 중도층은 ‘경제’ 따라 유동적 지지
산업 현장 방문 등 외부일정 ‘경제 살리기’ 올인
무역분야 ‘美우선주의’ 강력 추진...표심 모으기
하원 ‘공화 다소 우세’·상원 ‘박빙’ 선거판세 요동
유가 상승에 ‘다시 치솟는 물가’ 중대 변수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州) 해거스타운 볼보 파워트레인 사업부를 방문해 ‘미국산(産) 제품 의 미래(A FUTURE MADE IN AMERICA)’란 문구가 적힌 배경 앞을 걸어가고 있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전기차 관련사업 확대를 통한 미국 내 제조업의 부활과 이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에 대해 강조했다. [AP]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미국 남부 아칸소주(州) 주지사 출신 ‘다윗’ 빌 클린턴이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부통령을 지낸 현직 대통령 조지 H. 부시란 ‘골리앗’을 꺾고 미국 제42대 대통령이 된 것은 선거 유세 도중 사용한 마법과 같은 이 한 문장 덕분이었다. 냉전 종식, 이라크 전쟁 완승 등의 성과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경제 부문에선 낙제점을 받은 부시 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을 정확히 공략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초반 임기 3년간 고(高)성장·저(低)실업률로 재선에 탄탄대로가 열리나 싶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경제 위기 한방에 조 바이든 현 대통령에게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

미국 선거의 역사 속에서 여당이 아무리 대단한 외교·군사적 성과를 거둬도 경제를 챙기지 못한다면 결국 패배하고 만다는 공식은 대선과 의회 선거를 가리지 않고 적용되는 불문율이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체제로 반분된 정치 체제 속에서 중도층의 민심이 선거 승리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이들 중도층이 가장 민감한 부분이 바로 먹고사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낙태권’이란 이념 문제를 토대로 진보층을 결집시켜 공화당과 같은 출발선상에 겨우 선 바이든 대통령이 11·8 중간선거를 3주께 앞두고 경제 분야에서 잇따라 큰 기술을 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뉴욕주(州) 포킵 IBM 연구센터를 방문해 IBM 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범용 양자컴퓨터 ‘퀀텀 시스템 원’(Q System One)을 살펴보고 있 다. IBM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방문한 자리에서 향후 10년간 뉴욕주에 총 2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AP]

▶연초 ‘지옥’ 문턱까지 갔던 바이든=미국 정치에서 집권 2년 차에 치러지는 중간선거는 통상적으로 ‘정권 심판론’의 성격이 짙다. 중간선거를 일컬어 ‘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 평가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임기 중 팔순을 맞이하는 ‘최고령 대통령’ 바이든 역시 연초까진 사실상 절망적 상황에 놓였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외교적 난제가 거듭되는 가운데, 기록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까지 더해지며 민심이 빠른 속도로 떠났기 때문이다.

임기 초 의욕적으로 내놓았던 각종 법안들은 상원을 50 대 50으로 정확히 나눠 가진 공화당에 가로막혔고, ‘상원의원 경력 36년’이란 경력이 무색할 정도로 정치적 돌파구를 뚫어내지 못한 채 끌려다니며 지지율이 임기 초 50%에서 지난 5월 26%까지 떨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 압승을 거둘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의회의 벽에 가로막혀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조기 레임덕’ 상황에 빠지고, 더 나아가 2024년 대선서 ‘리턴 매치’를 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다시 정권을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미시간주(州) 디트로이트에서 개최한 ‘2022 북미오토쇼’에 참석해 제너럴모터스(GM)의 첫 전기 SUV ‘캐딜락 리릭’의 운전대를 잡고 환 하게 웃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산(産) 전기차에 대한 세일즈에 나서며 “미국의 제 조업이 돌아왔고, 디트로이트가 돌아왔으며, 미국이 돌아왔다”고 강조했다. [AP]

▶ ‘참패’ 전망서 상원 ‘우세’·하원 ‘박빙’까지 끌어올린 경제 드라이브=이런 바이든 대통령을 나락에서 건져 올린 것은 보수 절대 우위의 연방대법원이 여성 낙태의 헌법적 권리를 보장한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을 폐기한 사건이었다. 진보 진영의 결집과 낙태권을 지키자는 부동층의 표심까지 더해지며 바이든 대통령에게 중간선거는 해보나 마나 질 수밖에 없는 싸움에서 ‘해볼 만한 싸움’으로 탈바꿈했다.

공화당과 1 대 1 싸움을 벌일만한 토대가 마련됐다 판단한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경제 분야 공략에 전력투구하는 모습이다. 중간 선거의 전략이 ‘참패 모면’에서 ‘승리’로 옮겨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지점이다.

지난 6일 공개된 NPR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유권자의 37%는 인플레이션을 최대 이슈로 꼽았다. 이어 민주주의 수호(27%), 낙태(13%), 이민(12%), 헬스케어(10%) 등의 순이었다. 특히 공화당 지지자의 50% 이상이 인플레이션을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생이 걸린 경제 법안의 신속한 처리가 필요하다며 공화당을 압박하는 큰 기술을 걸었다.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도 무조건 태클만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8월 9일 반도체산업육성법(CHIPS) 서명 ▷8월 16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서명이란 구체적 경제 성과를 거뒀다. 여기에 8월 12일 서명한 바이오 행정명령까지 더해지며 미국의 미래 먹거리를 챙기는 대통령 이미지를 굳히는 데 박차를 가했다.

IRA 서명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 밖에서 소화한 경제·산업 현장 방문 일정과 동선만 보더라도 ‘경제’ 문제에 올인하는 모양새가 확연하다. ▷블루칼라 표심 잡기 ▷미국산(産) 전기차 세일즈 ▷미국 제조업 부활에 전념하는 모습 홍보 ▷반도체·인공지능(AI)·양자컴퓨터 등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첨단 기술 분야의 토대를 다지는 대통령으로서의 자세 등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더 나아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인 줄 알았던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미국 우선주의)’를 경제·무역 분야에 한정해 더 정교하면서도 강력하게 밀어붙이며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글로벌 무역 질서를 파괴한다는 중국의 불만과 ‘퍼주니 배신 당했다’는 한국과 일본, 유럽 등 동맹국의 하소연은 바이든 대통령에겐 모두 중간선거 이후 해결 과제로 간주되는 모습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올인 전략은 실제 중간선거 판세에도 효과를 거두는 모양새다. 미국 선거 분석 전문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잇(538), 270투윈(270towin), 리얼클리어폴리틱스(RealClearPolitics) 등에 따르면 하원의 경우 여전히 공화당 우세로 점쳐지지만, 초반이 비해 그 격차는 크게 줄어들어 사실상 ‘박빙’ 상황이다. 공화당이 승리하더라도 과반을 조금 넘는 수준일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역대 중간선거에서 집권 여당의 하원 승리가 1934년, 1998년, 2002년 등 3번에 불과했던 것을 돌이켜보면 선방하고 있는 것이다.

연방 정부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상원에선 바이든의 ‘경제 드라이브’ 효과가 더 극적이다. 초반 민주당 열세로 평가됐던 지역에서 역전이 잇따르며 민주당 과반 예상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州) 해거스타운 볼보 파워트레인 사업부를 방문해 생산 라인을 둘러보며 발언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전기차 관련 사업 확대를 통한 미국 내 제조업의 부활과 이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에 대해 강조했다. [AFP]

▶선거 코앞에 다시 치솟는 물가...위기감 고조=다만, 선거 국면에선 하루가 한 달, 1년이란 말이 있듯 선거 판세를 한 번에 뒤집을 수 있는 변수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잠시 주춤하던 물가가 다시 치솟을 조짐을 보이는 것이 아킬레스건이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8.2%, 전월 대비 0.4% 각각 오르며 전망치를 웃돌았다. 특히,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1982년 8월 이후 40년 만에 최대치인 전년 동월 대비 6.6% 올랐다.

유가상승 조짐 역시 바이든 대통령에겐 치명적이다. 휘발윳값에 따라 지지율이 춤을 춘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원유 감산 소식에 미국 내 휘발유 평균 가격이 다시 4달러 선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한다면 IRA 폐지 등으로 인해 물가가 더 빠르게 오를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인 것도 바이든 대통령의 답답한 심경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실제 지난 11일 발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이 최저 수준인 40%에 머물며 ‘박스권’에 갇힌 것도 바이든 대통령에겐 좋지 못한 징조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공화당이 하원만 탈환할 경우 바이든 행정부의 국정운영은 입법 추진에 제동이 걸리며 난관에 봉착할 것이라 전망했다.

더 나아가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할 경우 정치적으로 큰 파장이 예상된다. WP는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인 헌터 바이든에 대한 수사가 재개되고 하원에서 진행 중인 ‘1·6 의회난입조사위원회’가 해산될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연방수사국(FBI)의 마러라고 리조트 압수 수색과 관련한 부분들도 재검토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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