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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 커지는 英 재무장관 “감세안 대부분 철회”…트러스 ‘굴욕’

존재감 커지는 英 재무장관 “감세안 대부분 철회”…트러스 ‘굴욕’

기사승인 2022. 10. 1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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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TAIN-POLITICS-ECONOMY-GOVERNMENT <YONHAP NO-0103> (AFP)
17일(현지시간) 재러미 헌트 영국 재무부 장관이 하원에서 재정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AFP 연합
새로 임명된 제러미 헌트 영국 재무부 장관이 리즈 트러스 총리의 감세안 대부분을 뒤집으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감세정책 추진 여파로 크게 흔들렸던 영국 금융시장도 안정의 기미를 보인 가운데 설 자리를 잃은 트러스 총리의 사임설이 점차 커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가디언에 따르면 헌트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19%로 낮출 계획이었던 최저 소득세율을 20%로 무기한 동결한다고 밝혔다. 또 보편적 에너지 요금 지원을 2년에서 6개월로 단축하고 내년 4월부터는 취약계층 위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헌트 장관은 배당세율 인하와 관광객 면세, 주세 동결 계획 등 트러스 총리의 감세안을 줄줄이 철회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미 의회를 통과한 주택 취득세율 인하와 소득세 격인 국민보험 분담금 비율 인상 취소는 예정대로 진행된다.

헌트 장관은 지금까지 취소된 감제정책의 규모가 연 320억 파운드(약 52조원)에 달한다면서도 앞으로 세금과 공공지출에 관해 어려운 결정을 더 내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로 확대하는 계획 철회 혹은 막대한 이익을 거둔 에너지 기업에 부유세를 걷는 방안 등이 추가로 논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울러 영국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 조지 오스본 전 재무장관의 자문관이었던 루퍼트 해리슨과 JP모건 임원 등 경제전문가 최소 4명으로 구성된 경제 자문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헌트 장관은 "감세를 위해 나랏 빚을 지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정부는 경제안정 책임이 있으며 공공 재정 지속가능성에 관해 확신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트 장관의 '대규모 유턴'에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파운드화는 한때 달러 대비 2% 상승해 2020년 3월 이후 하루 최대 상승폭을 보였고,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4.37%로 0.4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혼돈에 빠진 금융시장을 신임 재무부 장관이 수습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영국 언론들은 트러스 총리에 대해 '이름만 총리'라는 혹평을 내놨다. 감세를 통한 성장을 약속한 트러스 총리의 공약이 거의 다 폐지되면서 사실상 헌트 장관이 총리처럼 비춰지는 상황이라는 평가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이날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51%가 총선에서 야당인 노동당에 투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현 집권여당인 보수당을 뽑겠다는 비율은 23%에 불과했다.

보수당 내에서도 트러스 총리의 사임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공개적으로 사임을 요구한 보수당 의원은 5명으로 늘었고, 취임 1년 내 불신임 투표를 할 수 없는 규정을 변경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한편 트러스 총리는 이날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감세정책이 실수였음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도 자리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트러스 총리는 "저질러진 실책들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싶다. 우리는 너무 빨리, 너무 많이 나갔다"고 말했다. 또 "나는 영국을 위해 일하도록 선출됐으며, 남아있을 것"이라며 "이것이 내 결심"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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