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주에서 한 군인이 포탄에 비밀을 덮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정부가 비밀 합의를 통해 미국에게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기 위한 포탄 10만 발을 판매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AP]

[헤럴드경제=신대원·손미정 기자] 한국 정부가 비밀 합의를 통해 미국 정부에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기 위한 포탄을 판매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국 국방부는 미국과 수출 협의를 진행 중인 것은 맞지만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WSJ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155㎜ 포탄 10만 발을 구매해 우크라이나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포병부대가 최소 수 주간 집중 전투를 치르기에 충분한 양이다.

WSJ는 지난 주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만난 이 같은 포탄 제공 진행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한국으로서는 대북 억지의 핵심인 주요 동맹국을 돕는다는 의미도 크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지난 8월 이미 미국의 155㎜ 포탄 재고가 바닥이 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미국이 이달 초 주한미군의 포탄 재고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것도 확인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이 길어지면서 무기 재고난을 우려했던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의 간접 지원으로 한숨 돌리게 된 셈이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정부가 비밀 합의를 통해 미국에게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기 위한 포탄 10만 발을 판매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미 국방장관은 이달 초 만나 같은 무기 거래 원칙에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3일 미국 펜타곤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왼쪽부터)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이종섭 국방장관 [로이터]

WSJ는 표면적으로는 이 거래가 미국에게 무기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살상용 무기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한국 정부의 기존 입장과 배치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실상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우회지원하는 형태를 띄고 있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거센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한국을 직접 겨냥,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파탄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살상무기나 이런 것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이날 국방부는 해당 보도에 대해 “미국 내 부족해진 155㎜ 탄약 재고량을 보충하기 위해 미국과 우리 업체 간 탄약 수출 협의가 진행중”이라며 “미국을 최종사용자로 한다는 전제하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정부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구입한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려면 한국 업체와 계약 성사 후 한국 정부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에 따라 우크라이나 제공에 대해서는 승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