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영상 분석…"투항해 엎드린 병사 11명 그대로 의문사"

머리 총맞은듯 피 웅덩이…전문가 "보복행위라면 전쟁범죄"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포로를 처형했다는 전쟁범죄 정황이 온라인에서 확산하자 유엔이 조사에 착수했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18일부터 우크라이나 언론매체, 소셜미디어에서는 우크라이나 루한스크주(州) 마키이우카의 한 농장에서 러시아군 포로 11명이 숨진 모습이 담긴 영상이 확산했다.

동영상은 우크라이나 군인의 휴대전화기, 우크라이나군의 감시용 드론(무인기)으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NYT는 이 영상을 시간 순서에 따라 배치한 뒤 분석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첫 번째 영상에서는 마키이우카 농가의 한 창고 근처에 무장한 우크라이나군이 서너 명 등장하며 창고 밖에 러시아군 포로 6명이 바닥에 엎드려 있다.

우크라이나군인 한 명이 총을 들고 러시아 병사들이 있는 마을 창고에 들어가 한명씩 밖으로 끌어냈고 이들 4명이 차례로 머리에 손을 얹고 나와 미리 밖에 엎드린 다른 포로들 옆에 엎드렸다.

다른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창고 바깥에서 포복한 상태로 러시아군 포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있었다.

그러다 11번째 러시아군 포로가 총을 들고 밖으로 나오면서 우크라이나 군인 한 명을 향해 발포했고 휴대전화기 영상이 잠시 심하게 흔들리더니 촬영이 중단됐다.

NYT는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면서도 이보다 더 늦게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드론 영상에서 러시아군 포로들이 엎드린 자리에서 그대로 머리와 상체에 피를 흘린 채 숨진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군인을 향해 총을 쏜 11번째 러시아군 포로는 현장에서 사살된 것으로 추정되며, 그가 서 있던 창고 옆 벽돌이 우크라이나군의 총격에 의해 심하게 손상됐다고 NYT는 전했다.

이 영상은 지난 12일 우크라이나 측에서 마키이우카 탈환 소식을 전하며 우크라이나군의 기량을 홍보하기 위해 유포했다.

그러나 숨진 것으로 보이는 이들의 대다수가 투항한 포로인 까닭에 우크라이나군이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는 주장이 나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비무장 상태의 러시아 포로들을 무자비하게 사살했다고 주장하면서 국제 사회에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유엔은 포로에 대한 즉결처형 정황이 농후한 이 사건에 대한 조사 필요성에 동의했다.

마르타 우르타도 유엔인권사무소 대변인은 "우리는 이 영상을 알고 있고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투력을 상실한'(hors de combat) 사람을 즉결 처형한 혐의는 신속하고 완전하며 효과적으로 조사돼야 하며 모든 가해자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을 위한 의사들'(PHR) 고문인 로히니 하르 박사는 "그들(포로) 대부분이 머리에 총을 맞은 것 같다"며 "피가 고인 웅덩이가 있는데, 이는 이들이 죽은 채 그곳에 남겨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들을 데리러 오거나 도와주려는 노력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군이 투항했을 때 비무장 상태로 팔을 쭉 뻗거나 머리 뒤로 손을 올린 채였다면서 "그들은 전투력을 상실했거나, 전투원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전쟁 포로다"라고 덧붙였다.

하르 박사는 "무기를 내려놓았거나 더는 방어 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항복한 전투원을 살해하거나 다치게 하는 것은 국제적 무력 분쟁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다만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의 전쟁범죄 사법처리 전문가인 이바 퓌퀴식 박사는 이 영상만으로는 전쟁 범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군이 총을 맞은 시간이 중요하다"며 "우크라이나군이 비무장인 러시아군에 보복행위를 한 것이라면 전쟁 범죄"라고 말했다.

dind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