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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한미박물관 진단 <1>땅주고 돈 줘도 공회전만

부지 확보 10년인데 첫 삽도 못 떴다
2012년 LA시부지 '연1불 임대'
10년간 설계 변경 최소 3차례
예산 최소 4배 뛰고 시간 낭비
건평도 초안서 절반 이상 축소

한미박물관 건설안은 지난 10년간 2차례 변경됐다. 맨 왼쪽부터 2013년 공개된 박물관 단독 건물 초안, 2015년 변경된 '박물관+아파트' 2차안, 2019년 다시 단독 건물로 변경된 3차안. [한미박물관 제공]

한미박물관 건설안은 지난 10년간 2차례 변경됐다. 맨 왼쪽부터 2013년 공개된 박물관 단독 건물 초안, 2015년 변경된 '박물관+아파트' 2차안, 2019년 다시 단독 건물로 변경된 3차안. [한미박물관 제공]

한인 이민사는 올해 120주년을 맞았다. 1903년 1월 13일 첫 집단이민 이후 현재 196만(2021 연방센서스 아메리칸커뮤니티서베이 통계) 한인사회로 성장했다. '이민 이야기 기록'은 곧 한인사회 정체성 그 자체다. 기억과 추억을 보존하려 노력하고 후대가 계승하는 이유다. 남가주 한인사회는 그 기록을 남기기 위해 1991년부터 '한미박물관(Korean American National Museum.이사장 장재민)' 건립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30년이 넘도록 박물관은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 특히 2013년 4월 LA시가 건물 부지를 거의 무상으로 장기임대해준 지 올해로 10년을 맞았지만 아직 설계 도면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또 한인들은 물론 시, 가주, 연방 정부까지 거액의 지원금을 쏟아부었지만 어디에 얼마를 어떻게 썼는지 한미박물관은 공개한 적 없다. 박물관이 120년 한인 이민사를 담을 그릇의 역할을 과연 할 수있을까 우려되는 이유다. 한미박물관의 문제점들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2023년 한미박물관의 첫 소식은 700만달러 연방 기금을 확보했다는 지난 13일자 한국일보 기사였다. 한인사회 모두가 기뻐할 희소식이니 박물관측이 보도자료로 내보냈어야 할 내용이지만 기사는 한국일보에만 보도됐다. 장재민 이사장은 한국일보 회장이다.  
 
이 인터뷰에서 지미 고메즈 연방의원(민주, LA한인타운 포함 가주 34지구)은 "한인사회의 역사, 유산, 헌신을 기리기 위한 미국 내 최초의 박물관인 한미박물관 건립에 700만 달러의 연방 기금을 확보하게 돼 자랑스럽다"며 "한인사회 숙원 사업에 도움을 줄 수 있어 영광이며, 한인타운 한복판에 한미박물관이 개관하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정작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는 박물관 개관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나 계획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이 없다.
 


다만 기사는 "한미박물관은 그동안 디자인 변경에 따른 시승인문제와 교통국과의 주차장 건립문제 등을 시 당국과 논의해 왔으나 코로나 사태로 시 행정이 전면 연기되면서 건립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는 원인중 하나일 뿐 착공조차 못한 근본 책임은 박물관측에 있다.
 
먼저 땅을 무상으로 제공받고도 3차례 설계를 변경하면서 시간과 예산을 허비한 것이 가장 큰 실책이다. 2012년 10월 LA시는 한미박물관 이사회와 연 1달러에.50년간 장기임대 부지계약을 체결했다. LA한인타운 6가와 버몬트 애비뉴 서남쪽 공영주차장(601 S. Vermont Ave)을 거의 무상으로 받게됐다는 희소식이었다. 이듬해 4월 이사회는 500만달러를 들여 3층 규모의 단독 건물로 짓겠다고 청사진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2년 뒤인 2015년 7월 장재민.홍명기 공동이사장 체제에서 만들어진 2차 계획안에서 '아파트+박물관' 형태로 변경됐다. 박물관은 2층으로 짓고 건물 남.서쪽 2개 면에 'ㄱ'자 형태로 아파트 건물을 붙여 2층부터 7층까지 103개 유닛을 건축할 계획이었다.
 
당시 박물관측은 이 계획을 한인사회에 공개하지 않은 채 시정부에 승인 요청을 했다가 본지 취재로 드러난 바 있다.
 
박물관에 아파트를 붙여 지으려던 이유는 박물관 완공 후 관리 및 운영 예산 마련을 위한 현실적 선택이었다. 하지만 운영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지으려던 아파트는 역설적으로 예산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
 
4년 뒤인 2019년 박물관은 계획안을 또 변경했다. 아파트를 포기하고 다시 단독 건물을 짓기로 했다.
 
당시 윤신애 박물관장은 "아파트 계획안 발표 당시 3500만 달러에서 시작했던 공사비용이 지난해 5000만 달러를 넘어섰다"면서 "아파트를 짓는다 해도 100% 입주한다는 보장도 없어 이사회는 (아파트 건축안이) 타산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4년이 지났지만 3차 계획안은 아직 시 허가 조차 받지 못했다. 윤 관장은 최근 본지와 통화에서 "시정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3차 계획안에 대해선 "건축 전문가들이 담당하고 있어 난 모른다"고 말했다.
 
1차 단독 건물안에서 '아파트+박물관'안으로, 다시 3차 단독 건물안으로 2차례 디자인이 변경되면서 손실은 막대했다. 당장 2차례 설계 변경에 지출된 예산만 200만달러다. 향후 지출해야할 건축 예산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10년 전 1차안은 500만달러에 불과했지만 2019년 3차안에선 최소 2000만달러로 4배 폭증했다. 4년이 지난 지금 인건비 인상, 인플레를 감안하면 금액은 더 뛰었을 터다.
 
돈은 더 많이 들어가는데 박물관의 크기는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첫 단독 건설안의 건평은 3만 2031.65스퀘어피트인데 반해 3차안은 1만4000여 스퀘어 피트 정도로 56% 줄었다.
 
계획이 3차례나 바뀌었으니 자연히 착공시기도 연기될 수밖에 없었다. 2017년 한미박물관측은 '2019년 완공 예정'이라고 했다가 2019년이 되자 '2021년 혹은 2022년 완공'이라고 늦췄다.  
 
코로나19로 시 행정이 늦어져 건축이 지연된 것이 아니라 이미 예산과 시간이 낭비된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가 찾아온 것이다.
 
설사 코로나19가 없었다고 해도 순조롭게 계획이 진행됐을 지도 의문이다. 예산 모금이 쉽지 않아서다.
 
고메즈 의원의 말대로 연방 기금 700만 달러를 받는다 해도 최소 700만 달러 이상이 더 필요한 실정이다. 현재 모금한 기금 중 적지 않은 기부금이 '약정' 또는 '착공 전제'라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히 LA시 시장과 10지구 시의원이 바뀐 현재, 새로운 선출직 정치인과 지원기금 기한연장 재협상 및 협조를 얻어내야 하는 과제도 떠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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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특별 취재팀=장열·김형재·장수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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