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통화긴축 지속 방침에도…시장 "결국 연내 금리 인하할 것"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하는 등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입장을 보였지만, 이를 불신하는 투자자들이 주식·가상화폐 등 위험자산에 몰려들어 높은 수익률을 누리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골드만삭스가 이익을 내지 못하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주가를 집계한 지수는 지난해 급락을 딛고 올해 들어 전날까지 28% 급등했다.

또 골드만삭스가 러셀 3000 지수 내에서 공매도 비중이 가장 높은 종목들로 구성한 지수는 같은 기간 23% 올랐고, 비트코인 가격은 가상화폐 업계에 겨울이 닥쳤다는 우려 속에서도 40% 이상 치솟았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이 기간 8.9% 오른 것과 비교하면 투자자들이 고위험 자산에 몰리면서 훨씬 높은 수익률을 낸 것이다.

앞서 전날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기자회견에서 금리를 두어 번 추가로 올린 뒤 올해는 그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올해 안에 기준 금리를 낮추지는 않을 것 같다"라면서 시장의 연내 금리 인하 기대에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3월 금리 인상이 마지막이고 하반기에는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WSJ은 "주식·채권·가상화폐 투자자들이 금리에 대한 연준의 입장이 블러핑(허세)이라는 데 돈을 걸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준 인사들이 고금리의 필요성을 말하는 것은 경제에 새로운 충격이 닥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다시 심해지는 시나리오에 대한 '보험'이 필요하기 때문이지만, 시장 투자자들이 그런 위험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게 WSJ 해석이다.

파월 의장은 회견에서 주가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을 묻는 말에 "우리의 초점은 단기적 움직임이 아니라 (금융환경의) 지속적인 변화"라고만 언급했고, 시장의 금리 전망에 대해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빨리 내려올지에 대한 관점 차이"라고 밝혔다.

또 "가격 안정성을 회복하고 물가 상승률 2%에 도달하는 게 우리의 일"이라면서 "시장 참여자들은 매우 다른 일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투자자들이 연준을 불신하면서 자산시장이 계속 들썩일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고조되고 연준이 기준금리 상단을 더 높이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최근 상승세였던 자산시장 흐름을 상당 부분 되돌릴 수 있는 만큼, 위험자산에 큰 비중을 투자하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WSJ은 전했다.

트루이스트 자문서비스의 키스 러너는 "지금이 '새로운 경기 반등기의 새벽'이라는 견해에 회의적"이라면서 시장 예상대로 연준이 올해 금리를 내리더라도 증시가 곧바로 힘을 얻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00년대 초 닷컴버블 붕괴 당시에는 연준이 금리를 고점에서 7개월간 유지 후 2001년 1월 처음 인하했지만 증시가 바닥을 친 것은 2002년 10월이었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도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금리 인하가) 경기 약화 때문이라면 이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bs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