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거래일 사이 25.5원↑…거래소 외국인 약 1조원 순매도

"금리인상 끝 아니다" 경고했지만…시장은 이미 '긴축 종결' 전제

"올려놓고 기다렸어야…금융시장 충격, 경기 침체에 재인상 쉽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채새롬 민선희 기자 = 한국은행이 약 1년 반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멈춘 뒤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이 자금을 빼가고 있다.

아직 단기적 현상이지만, 벌써 시장에서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 등을 고려할 때 너무 일찍 기준금리를 동결해 국내외 경제 주체들에게 '한국의 긴축은 끝났다'는 메시지를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동결 후 3거래일새 원/달러 환율 2% 뛰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앞서 지난달 2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기존 3.50%로 유지했다.

원/달러 환율은 기준금리 동결 당일 1,297.1원으로 7.8원 떨어졌지만, 이후 24일(+7.7원)과 27일(+18.2원) 이틀 연속(거래일 기준) 급등해 작년 12월 7일(1,321.7원) 이후 약 3개월 만에 처음 1,320원 선을 넘어섰다.

28일에는 0.4원 하락했지만, 1,320원대(1,322.6원) 밑으로 떨어지지는 않았다.

23일 종가와 비교하면 불과 3거래일 사이 원/달러 환율이 2% 가까이(1.97%·25.5원) 뛴 셈이다.

◇ 외국인, 8주만에 주간 순매도…2월 채권도 2천405억원 매도 우위

동결 이후 증시에서는 특징적으로 외국인 순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금통위 금리 결정 직후인 지난달 24일(-3천3억원), 27일(-3천248억원), 28일(-2천888억원) 3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사흘 누적 순매도 규모만 약 1조원(9천139억원)에 이른다.

아울러 금통위가 낀 지난주(20∼24일)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모두 7천702억원어치를 팔아치워 8주 만에 주간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런 외국인 매도세에 밀려 28일 코스피(종가 2,412.85)도 23일(2,439.09)보다 약 1.1% 떨어진 상태다.

채권 시장에서 외국인은 24일 1천932억원어치를 순매도했지만, 27일 3천971억원의 순매수로 돌아섰다.

다만 2월 전체로는 2천405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이는 등 전반적으로 외국인이 채권 시장에서도 돈을 빼는 추세다.

◇ 주요국 중 가장 먼저 동결…한미 금리차, 사상최대 1.75%p 눈앞

최근 이런 외환시장이나 주식·채권 시장의 자금 흐름에는 기준금리 동결에 대한 예상이나 실제 동결 결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물가 지표가 다시 나빠지면서 기준금리 인상을 비롯한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 긴축이 더 길고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늘었다. 최근 달러 강세(가치 상승)의 주요 배경이다.

하지만 반대로 한국은 기준금리를 동결했기 때문에, 현재 1.25%포인트(한국 3.50%·미국 4.50∼4.75%)로 이미 22년 만에 가장 커진 미국과의 격차는 연준이 3월과 5월 최소 두 차례의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만 밟아도 역대 최대 수준인 1.75%포인트로 확대된다.

그만큼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원/달러 환율 상승) 가능성도 커졌다는 뜻으로, 최근 환율과 자금 동향에 시장의 이런 관측이 반영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문제는 한은이나 이창용 총재도 동결 결정을 내리면서 우려했던 부분이다.

이 총재는 앞서 24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주요국 중 처음으로 금리를 동결하면서 환율이 어떻게 움직일지 걱정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23일 동결 발표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이번 동결을 기준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경고성' 메시지와 상관없이 시장은 이미 '한은의 긴축 종료'를 전제로 판단하기 시작했다.

한 증권사 채권 운용 담당자는 "2월 개인투자자가 10년 이상 국고채 장기물을 1조원이상 순매수한 것도, 앞으로 성장 둔화 등을 고려했을 때 한은의 추가 인상이 어렵고 중장기적 방향은 오히려 인하라는 판단에 따라 자본 차익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은이 긴축이 끝났다는 사인을 분명히 주지는 않았지만, 이미 시장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며 "동결 이후 미국 인플레이션(물가상승)까지 높은 수준으로 확인되자, 한미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최근 환율 등에 반영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 '더 올라봐야 3.75%', '물가 불확실성에 동결' 메시지도 논란

일각에서는 이번 한은의 동결 결정이나 관련 메시지가 다소 일러 향후 미국 금리 인상이나 환율 불안 등에 대응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외환 시장이 불안하고, 물가가 완전히 잡혔다고 보기도 어려운데 미국과 금리 격차까지 벌어진 만큼 이번(2월 23일)에 일단 한번 인상한 뒤 미국을 지켜보는 편이 나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커지고 물가가 더 불안해져도 다음에 과연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시장은 이번 동결로 이미 긴축이 끝났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는데 그 예상을 거슬러 추가 인상이 이뤄지면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 있고, 실물 경기가 갈수록 나빠지면 금리 인상의 명분도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금리 인상의 끝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면서 동시에 "3.75%를 열어놔야 한다는 위원이 5명"이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한은이) 3.75%까지 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줬는데, 3.75%라도 미국과의 금리 차이는 여전히 크다"며 "미국은 이미 기준금리 5.5∼6%까지 이야기가 나오는데, 우리의 경우 마치 최종금리가 높아야 3.75%로 예고된 것과 같다. 너무 끝(최종금리)을 단정적으로 이야기한 게 좋지 않은 시그널(신호)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아쉬워했다.

"물가 경로가 불확실해서 동결했다"는 설명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물가가 안정돼서 이제 동결하겠다면 이해를 하겠는데, 물가가 불확실한 것이 어떻게 동결의 이유가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아직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인데, 물가 불확실성은 오히려 인상의 이유도 되지 않나"고 반문했다.

결국 한은 금통위가 부진한 경기를 더 크게 고려해 동결을 결단했다는 해석이 많지만, 이 총재는 일단 이에 대해 "경기 침체, 부동산 시장 불안 때문에 물가를 희생하면서라도 (동결)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사실과 맞지도 않고, 한은의 의도와도 다르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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