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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소매점 털이 조직범죄화…“통제불능 확산”

홈리스·마약중독자까지 동원
기업형 소매점 털이조직 등장
코로나로 조직범죄 71% 급증
피해액 연 150~200억불 추산

LA 한인타운 내 랄프스 매장도 고가품이 아닌 물품을 자물쇠로 잠가놓았다. 왼쪽부터 면도기와 화장품, 술, 세재. 김상진 기자

LA 한인타운 내 랄프스 매장도 고가품이 아닌 물품을 자물쇠로 잠가놓았다. 왼쪽부터 면도기와 화장품, 술, 세재. 김상진 기자

표

코로나19와 공급망 붕괴, 구인난에 시달리던 소매업이 이젠 도난 증가에 시달리고 있다.  
 
전국소매업연맹(NRF)이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21년 전국 소매업의 손실액은 945억 달러에 이르렀다. 2020년 908억 달러와 비교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손실액 증가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표 참조〉 코로나19 이후 도난이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사에 참여한 소매점주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전체 절도는 73.2%, 조직범죄단과 종업원 절도는 71.4%씩 늘었다.
 
잭 L. 헤이즈 인터내셔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34회 연례 소매점 도난 설문조사에서도 심각성이 드러난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매년 소매점의 도난 손실은 150억~200억 달러로 추산된다. 2021년의 건당 손실액도 1178.57달러로 2020년보다 26.6% 증가했다.    
 
FBI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전국 소매점 도난 사건은 54만8000건으로 전체 절도 사건의 약 20%를 차지했다. 절도 범죄의 검거 건수가 49건당 1건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실제 건수는 매년 2600만건으로 추정된다.
 


조직범죄로 바뀐 절도
 
가장 큰 문제는 소매점 절도가 단순 범죄를 넘어 조직범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매업리더스연합의리사러브루노 부사장은 소매업 절도가 갈수록 조직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하면서 “통제불능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진단했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범죄단은 CVS와 월그린, 타겟에서만 800만 달러어치를 훔쳤다. 이들은 창고에 건강·미용제품만 5000만 달러어치를 쌓아놓았다가 적발됐다. 일종의 기업형 소매점 털이 조직이 나타난 것이다.  
 
2021년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80명의 떼도둑이 플래시몹 방식으로 노스트롬을 공격한 것도 조직범죄단 소행으로 드러났다. 당시 범죄단은 홈리스와 마약 중독자를 앞세웠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NRF 조사에서는 소매점 절도의 조직범죄 증가율이 2021년 26.5%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소매점의 80%가 절도뿐만 아니라 폭력과 공격적 행동을 경험했다고 신고했다.
 
물건만 훔치면 쉽게 판매
 
단순 절도가 심각해진 이유 중 하나는 팔 곳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온라인 판매와 구매가 일상이 될 정도로 익숙해지면서 훔친 물건의 판로가 넓어졌다. 이전에는  부스터(booster)라 불리는 이들이 물건을 훔쳐 거리에서 반값에 팔았다. 이제는 온라인 거래 활성화로 더 비싸게 대량으로 팔 수 있게 됐다.
 
판로가 열리고 값싼 일상용품도 온라인으로 사게 됐으니 물건만 많이 훔치면 된다. 이 때문에 소매점 범죄가 조직화했고 행태도 대담하고 폭력적으로 바뀌었다.    
 
CVS의 마이클 디앤젤리스 대변인은 코로나 이후 도난 건수가 300% 증가했다고 밝혔다. 뉴욕포스트에 보도에 따르면 CVS맨해튼 점포는 두 달 사이에 20만 달러어치의 물품을 도둑맞았다. 이 점포의 한 종업원은 “도둑들이 세탁소용 백을 들고 매일 온다. 하루 2번 오기도 한다. 그냥 백에 물건을 채워 나간다”고 한탄했다. 아예 물품 보관 창고와 운반 트럭을 공격하기도 한다.
 
모든 물품이 도난 대상이지만 제일 큰 표적은 숨기기 쉽고 팔기 쉬운 물품이다. NRF 통계에 따르면 조직 범죄단이 주로 노린 물건은 통증·앨러지 약품, 면도날과 면도기, 향수, 화장품, 술, 선물카드, 전동공구, 프린터용 잉크 카트리지, 의류, 구두, 핸드백, 보석이다. 도난품의 상당수는 아마존이나 이베이, 페이스북 등 온라인에 팔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범죄 예방과 매출 사이의 고민
 
소매점이 도난을 막기 위해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진열대를 자물쇠로 잠그는 것이다. 최근 소매점을 가면 ‘이런 물건까지?’ 싶은 저가품도 잠가져 있다. 물건을 확인하거나 사려면 종업원을 불러야 한다. 종업원이 직접 물건을 들고 계산대에 갖다 주기도 한다. 도난은 줄겠지만, 모두에게 번거로운 일이다.  
 
도난방지 기술 회사 ‘인다임’의 조 부다노 최고경영자(CEO)는 진열장을 잠그는 방식은 고객의 구매 의욕을 꺾어 매출이 15~25%까지 줄어든다고 밝혔다. 글로벌데이터의 닐 손더스 소매업 애널리스트도 진열장을 잠그거나 종업원이 열어주는 편의점의 고객은 온라인 쇼핑으로 돌아서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러브루노 부사장은 매장의 고객 중 98%는 일반적인 고객이며 어떤 형태로든 범죄의 의도가 있는 이들은 2%대라고 추산한다. 그는 “2%를 방어하는 것은 잘못된 셈법”이라고 주장한다.  
 
소매업 입장에선 진퇴양난이다. 상당수 소매업이 도난 증가로 순익이 망가지는데도 도난을 방치한다. NRF 설문 참가 업소 중 37.9%는 종업원의 절도범 대응을 금지하고 한다. 자칫 종업원 상해보험 비용이 더 들기 때문이다.
 
결국 물건을 진열장에 넣고 자물쇠를 잠그는 것인데 이것도 손님을 밀어내는 역할을 하니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이다. 고객이 셀폰으로 열 수 있는 자유 진열장(Freedom Case)으로 손님의 저항감을 줄일 수 있지만 결국 돈이 든다.      
 
계산을 안 한 물건을 싣고 나가면 자동으로 바퀴가 잠기는 카트나 계산을 안 한 전동공구나 셀폰은 작동이 안 되는 장치를 개발하고 있지만, 부담은 소매점의 몫이다.  
 
소매점 털이 방지 법안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인폼소비자법(INFORM 소비자법)에 서명했다. 오는 6월 시행되는 이 법에 따르면 아마존 등 온라인 소매점은 거래량이 많은 제삼자 판매자의 신원을 확인해야 한다. 또 구매자에게 이들의 연락처를 제공해야 한다.
 
가주와 애리조나, 뉴멕시코의 주 검찰총장은 소매점 도난 전담반 구성에 나섰으며 보석금 제도와 중범 규정을 엄격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방 상원에서도 켄 벅 의원 등이 올해 안으로 소매점 도난사건을 전담할 연방 기관 설치를 규정한 ‘소매점 조직범죄 퇴치법’을 상정했다.  
 
소매점 털이의 심각성은 잇단 법 제정 노력에서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 효과보다 털이 범죄가 전염병처럼 번질 것을 우려한다.

안유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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