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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지 없어서 공장 못 지어”…美 ‘아메리카 퍼스트’, 땅이 변수로
지난해 9월 오하이오 뉴올바니 인텔 신규 반도체 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모습 [AP]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앞세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 드라이브로 다국적 기업들이 미국에 몰리고 있지만, 정작 인프라를 갖춘 부지가 없어 기업들의 투자·생산 계획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 접근성과 충분한 전력 등을 갖춘 ‘메가사이트(대형부지)’ 부족이 미국의 제조업 붐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미 행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지난해 10억달러(약 1조3030억원) 이상의 투자와 1000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한 대형 공장 건설 프로젝트의 수는 전년 15건에서 20건으로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5건의 대형 프로젝트가 진행된 것과 비교하면 매우 가파른 증가세다.

이는 미 정부의 에너지 전환 노력과 첨단기술 내수화 의지에 발맞춰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너도나도 미국 내 공장 건설을 서두른 결과로, 로이터는 “미 전역에서 공장 건설붐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순조로워 보였던 미 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 드라이브는 공장 부지 부족이라는 의외의 난관에 봉착했다. 넓은 국토 면적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대규모 공장을 지을 만한 인프라가 갖춰진 메가사이트를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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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반도체 제조공장 등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넓은 면적의 부지 뿐만 아니라 교통 인프라와 충분한 노동력·전력 등이 갖춰져야하지만, 이같은 요건을 갖춘 대규모 부지는 현재로선 전무한 상황이다. 게다가 미 정부의 보조금 정책에 맞춰 공장 건설부터 서둘러야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인프라가 구축되길 기다릴 여유가 없다.

한 예로 폭스바겐은 오프로드 전용 브랜드 ‘스카우트’의 20억달러 규모의 조립 공장 건설을 추진하며 미 전역에 74개 부지를 검토했으나 조건에 맞는 부지를 찾는 데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 미국 법인장 스콧 키오는 “시한이 다가오고 있어 원래 계획보다 작은 규모의 부지를 선정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미 전기차업체 리비안은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50억달러를 투자해 공장 건설을 계획했으나 마찬가지로 적합한 부지를 찾지 못해 결국 조지아주에 새 공장을 짓기로 했다. 로버트 스턴 포트워스 경제개발부 책임자는 “리비안이 필요한 교통 인프라를 갖추기까지의 일정이 너무 촉박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반도체 공장의 경우 진동에 민감해 철도 노선과 최대한 멀리 있어야하고, 배터리 제조 공장의 경우 대량의 전력이 필요한 점 등으로 입지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미 정부가 에너지 전환의 일환으로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고 있는 상황에서 높은 전력량을 감당할 수 있는 부지를 찾기란 더욱 어렵다.

입지컨설팅 회사인 글로벌로케이션스트래티지의 디디 콜드월 사장은 “일부 공장 건설 프로젝트는 수백 메가와트의 전력을 필요로 한다”면서 “동시에 우리가 많은 석탄발전소를 없애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미국의 땅이 아무리 많아도 10억달러가 넘는 공장을 빨리 건설할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면서 “메가사이트의 희소성은 바이든 행정부가 원하는 제조업붐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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