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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경제 위협하는 美 부채협상 ‘치킨게임’
美 세수 줄어 ‘X-데이’ 6월 초로 앞당겨져
공화당, 연방지출 삭감안 표결 강행
채무 불이행 시 美 신용등급 하락
“회복세 美·세계 경제에 혼란일 것”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 [AF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미국의 연방 부채 한도 소진이 점차 빨라지고 있지만 백악관과 공화당 간 정치적 대결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양측의 ‘치킨게임’이 중단되지 않을 경우 세계 경제와 금융 시장에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납세의 날 이후 확인된 세수가 지난해보다 29% 줄었다. 골드만 삭스는 재무부가 31조4000억달러(약 4경1913조원)의 부채한도 이하로 미국 연방 부채를 유지할 수 있는 기한인 ‘X-데이’가 이전 예상인 7월 말에서 6월 초로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했다.

부채 한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시장도 긴장의 끈을 당기고 있다. 우선 미국 재무부가 발행하고 미국 정부가 지급을 약속한 만기 1년 이하의 초단기 국채인 단기재정증권(T-Bill)의 1개월물과 3개월물 간 수익률차이(스프레드)는 3월말 0.16%에서 지난 20일 1.65%까지 빠르게 상승했다. 향후 1~3개월 이내에 부채 한도 인상에 실패해 극도의 경제 침체를 야기하고 미국 정부의 재정 능력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투자자들이 지지부진한 부채한도 협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는 또다른 신호도 있다. 미국 국채에 대한 1년 만기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이 1.06%포인트로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뛰어오른 것이다. 미 국채 CDS 프리미엄은 미국 정부 디폴트에 대한 보험 구입 비용을 의미한다. 이 수치가 높을 수록 디폴트 확률이 크다는 뜻이다. 영국의 CDS프리미엄은 0.14%포인트, 국가부도 위기를 겪은 그리스도 0.16%포인트 수준이다.

문제는 신용 위기를 피하기 위한 정치적 타협이 진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공화당은 부채한도 상향을 조건으로 1300억달러(175조원) 지출을 삭감하는 예산안을 오는 30일 하원에 상정할 예정이다. 앞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연방 정부 부채 한도를 내년 3월 31일까지 1조5000억달러 늘리고 연방정부 예산규모를 1300억달러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한 2024년 회계연도 예산안을 공개했다.

현재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한 만큼 해당 예산안은 하원에서 무난하게 통과할 전망이지만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상원에서는 통과 가능성이 낮다. CNN은 이러한 전략에 대해 “대중에게 바이든 대통령에게 채무 불이행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보이게 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도 우파 싱크탱크인 맨해튼 연구소의 브라이언 리들 정책 분석가인 브라이언 리들은 “이 시점에서 공화당 온건파들이 행정부의 지출 삭감 없이 부채 한도를 높이는 데 동의할 것이라는 징후는 전혀 없다”며 공화당이 채무 불이행 사태를 불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백악관이 쥔 협상카드는 마땅치 않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대통령과 그 보좌관들은 공화당이 지출 삭감에 대한 보수적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도 연방 차입 한도를 높이도록 강요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표명했지만 지금까지는 효과가 없었다”며 “공화당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기업들의 경영진을 움직이려는 시도는 적어도 아직까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채 협상이 끝내 좌절돼 채무 불이행 사태가 벌어지면 세계 경제 침체에 기름을 부을 것을 우려된다.

채권 리서치 기관 크레딧 사이츠는 “부채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미국 신용 등급이 하향 조정된 2011년처럼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고 장기적인 부작용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디스는 최근 의회 경제정책소위원회 청문회에서 채무 불이행이 발생할 경우 2024년 미국 경제에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채무 불이행이 신속히 해결되더라고 글로벌 투자자들은 연방 정부가 정치적인 이유로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수 있다고 믿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파 개정 정책 단체인 미국행동포럼조차 “국제 신용도를 위험에 빠뜨리면 미국이 사실상 경제 권력을 중국에 넘겨주게 될 것”이라며 “우리가 재무부의 신용도를 포기할 때 전세계가 다른 기축 통화를 찾지 않고 가만히 있을 거싱라 기대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채무 불이행이 미국의 경제적 패권 기반인 달러의 지위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 것이다.

리처드 번스타인 어드바이저스의 댄 스즈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부채한도 협상은 정치인들이 운전석에 앉은 치킨 게임”이라며 “정치인들이 이성적을 행동하고 불필요한 벼랑 끝 전술에는 대가가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하지만 그런 일은 지난 수십년 동안 일어나지 않았다”며 개탄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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