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동반으로 '혈맹' 상징 행보…백악관 환담 후 기념비 찾아 헌화·묵념

(워싱턴=연합뉴스) 이준서 정아란 이동환 기자 = 국빈 방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저녁 워싱턴DC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Korean War Veterans Memorial)를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찾았다.

참전 혈맹으로 맺어져 70주년을 맞이한 한미동맹의 강고함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일정에는 김건희 여사와 질 바이든 여사도 동행했다.

한미 정상 부부는 이날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로 나란히 함께 걸어 들어왔다

윤 대통령은 검은색 정장에 회색 넥타이를 맸으며 김 여사는 검은색 바지 정장 차림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남색 정장, 바이든 여사는 옅은 하늘색 투피스 차림이었다.

한미 정상 부부가 헌화대로 향하는 모습을 19명의 병사 동상이 지켜봤다.

한국전쟁 등에 참전했던 미군 장병들의 희생과 헌신의 모습을 19개의 동상으로 표현한 조형물이다. 눈비를 막는 판초 차림의 이들이 한국의 논밭을 가로질러 순찰하는 모습이 연출돼 있다.

맨 앞에 있는 병사의 바닥에는 "우리나라는 자신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나라와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을 지키자는 요청에 부응한 조국의 아들과 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헌화대에 도착한 다음, 나란히 고개를 숙이고 3초간 묵념했다. 김 여사와 바이든 여사도 함께 묵념했다.

한미 정상 부부는 이어 진혼곡이 연주되는 가운데 왼쪽 가슴에 손을 올려 추모했다. 그 옆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미군 의장대가 도열했다.

한미 정상은 이후 화환에 손을 얹는 것으로 헌화 일정을 마무리했다.

한미 정상 부부는 이어 화강암으로 만든 '추모의 벽'으로 다가가 찬찬히 둘러봤다.

'추모의 벽'에는 한국전쟁 전사자 4만3천748명(미군 3만6천574명·카투사 7천174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알렌 페핀 관구사령관이 그 앞에서 루터 스토리 장병 유족을 안내하자 바이든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어 유족과 악수했으며 이후 바이든 여사, 윤 대통령 순으로 악수했다.

김 여사도 바이든 대통령 권유에 따라 유족의 손을 잡고 인사를 건넸다.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은 이날 밤 현지 프레스룸 브리핑에서 "스토리 상병은 한국 전쟁 당시인 1950년에 미국과 북한의 치열한 전투에서 용맹하게 싸운 미군 상병으로, 공격받은 이후 실종돼 최근까지 유해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이번 달 전쟁 포로 및 실종자 확인국에 의해 신원이 확인돼 (미국 측에 해당 사실이) 통보됐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미국 청년들의 숭고한 희생에 마음이 숙연해진다"며 "한국이 이렇게 성장한 것은 이분들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공감을 표하면서 "한미 동맹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뜻깊은 시간을 함께하게 돼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빈 방미 기간 중 바이든 대통령을 처음으로 대면했다.

지난해 11월 캄보디아·인도네시아 순방 당시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 이후 6개월 만이다.

기념비 방문 직전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백악관 관저에서 윤 대통령 부부를 맞이하고 블루룸에서 워싱턴 주변 전경을 감상하며 환담하기도 했다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친교 일정을 통해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정상 간 친분을 다지겠다는 취지로도 보인다.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