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내 가능" vs "한국은 제한적 환경"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한국의 독자 핵무장 능력은 어느 정도 수준이고, 현실성은 과연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의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연설과 대담 과정에서 "대한민국은 핵무장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빠른 시일 내에, 심지어 1년 이내에도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이후 한국의 독자핵무장 이슈가 국제외교가의 화두가 되고 있다.

3일 국제적인 핵공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순수하게 기술적 측면에서 한국이 독자 핵개발 프로젝트를 가동할 경우 핵실험까지 완수하는데에는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 등에서 "한국이 마음만 먹으면 6개월 이내에 핵무기를 터뜨리는 기폭장치와 탄도미사일 등 투발수단을 갖춘 핵무장이 가능하다"고 말해왔다. 심지어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을 하면 실제 핵실험을 하지 않아도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는 전문가들도 만만치 않다. 핵실험을 할 경우 가장 중요한 요소인 고농축우라늄이나 플루토늄 등 핵물질 확보에서 한국은 매우 제한적인 환경이다.

핵물질은 산업용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농축 우라늄(95% 정도)이나 원전 가동 후 나온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여 얻을 수 플루토늄이 필요한데 한국은 아직 재처리 시설이 없고, 고농축 우라늄을 만들 원심분리기 등도 보유하지 못했다.

지난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에서도 재처리는 인정받지 못했고, 핵무기로 전용이 불가능한 재활용 기술(파이로프로세싱)의 연구만 일부 허용받았다. 한국은 현재 국내 원전에 필요한 5%의 저농축 우라늄을 전량 해외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밀 핵개발 프로젝트를 가동하더라도 핵공학자들과 기술자 선정 외에 핵물질 확보 등을 위한 제반 과정을 거치려면 최소 1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한다.

문제는 핵개발이라는 것이 국제 비확산체제에서 철저하게 통제를 받은 일이라는데 있다. 만일 한국의 독자 핵개발(당연히 비밀리에 추진)이 포착될 경우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즉각 강력한 제재에 나서게 되는데 수출 주도형 무역에 의존해야 하는 한국 경제의 체질상 이를 감당할 수 있을 지를 숙고해야 한다.

이미 한국은 지난 2004년 노무현 정부 시절 일부 원자력 과학자들이 0.2g이라는 소량의 우라늄을 실험 삼아 비밀 농축한 일이 발각돼 국제사회에 공개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등 호된 홍역을 치룬 적도 있다. 당시 미국은 한국을 유엔 안보리에 회부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었다.

결국 독자 핵개발을 위해서는 한미동맹의 심각한 균열을 감수해야 하고, 한국에 이어 일본, 나아가 대만까지 이른바 '핵 도미노'에 가세할 경우 중국도 전략적으로 연계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도 하버드대 대담에서 "핵이라고 하는 건 단순한 기술의 문제만이 아니고 핵무기와 관련된 복잡한 정치 경제학과 정치 경제 방정식이란 게 있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일본의 환경은 한국과 많은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일본은 1968년에 체결된 미일원자력 협정을 통해 일본 내 시설에서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할 권리를 얻었다.

1988년 개정된 협정에서는 일본 내에 재처리시설과 플루토늄 전환 시설, 플루토늄 핵연료 제작 공장 등을 두고 그곳에 플루토늄을 보관할 수 있는 '포괄적 사전 동의'도 획득했다.

일본은 영국,프랑스 등에서 위탁 재처리한 뒤 나온 플루토늄을 재반입해서 현재 무려 약 46t(톤)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2021년부터는 매년 8t의 플루토늄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엄청난 양의 핵물질을 쌓아놓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의 경우 3개월에서 6개월 내에 핵실험을 실행할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