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벌써 19건…1주에 평균 1건 발생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올해 들어 미국 내에서 4명 이상이 숨진 대규모 살인(mass killing)이 크게 증가한 가운데 오클라호마주의 한 시골 마을에서 한꺼번에 시신 7구가 발견돼 큰 충격을 주고 있다.

AP통신과 BBC방송은 2일 오클라호마주의 작은 마을인 헨리에타에서 경찰이 실종된 10대 소녀 두 명을 찾는 도중에 시신 7구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실종된 아이비 웹스터(14), 브리트니 브루어(16)의 시신과 함께 이들과 함께 여행 중이었던 성범죄자 제시 맥패든의 시신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망 원인을 밝히지 않았으며 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시신이 두 소녀인 것으로 보이지만 부검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주민들을 인용해 사망자들이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경찰은 나머지 시신 4구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으나 이 지역 주민 재닛 마요(59)씨는 AP에 이들이 자신의 딸과 손자·손녀들이며 맥패든이 자신의 사위라고 말했다.

마요 씨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그의 가족이 맥패든의 범죄 경력에 대해 몰랐다고 전했다.

실종된 두 소녀와 이번에 시신으로 발견된 마요씨의 손녀는 친구 사이로 알려졌다.

전날 맥패든은 2017년 저지른 미성년자 성매매와 아동 음란물 소지 혐의로 재판받기로 돼 있었지만,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고 당국은 맥패든의 집에 대해 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시신으로 발견된 브리트니 양의 아버지 네이선 브루어는 딸을 잃은 심정에 대해 "나는 길을 잃었다. 내 딸이 떠났다는 뜻이다"며 "부모에게 최악의 악몽"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미국에서 이번 사건과 같은 대규모 인명 피해를 부르는 살인 사건이 사상 최대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AP통신과 USA투데이가 노스이스턴대학교와 함께 집계하는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가해자를 제외한 4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온 대규모 살인 사건이 19건 발생했고 총 97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오클라호마 사건은 포함되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 건씩 대규모 살인 사건이 일어난 셈이며, 같은 기간 총 17건이 발생해 93명이 숨졌던 지난 2009년을 뛰어넘은 기록이다.

올해 들어 발생한 대규모 살인사건의 양상은 다양했다.

오클라호마 사건 직전에는 지난달 30일 캘리포니아주 모하비에서 4명이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발생했고 같은 달 15일에는 앨라배마주의 데이드빌에서 생일파티 중 총격 사건이 발생해 4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다쳤다.

지난 3월 27일에는 테네시주 내슈빌의 기독교계 학교에서 이 학교 출신 20대가 총기를 난사해 학생 3명과 직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올해 들어 4개월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고 해서 올 한해 대규모 살인 사건의 수도 사상 최다를 기록할 것이라 예단하기는 이르다.

실제로 같은 자료에 따르면 2009년에는 4개월간 17건이 발생했지만, 이후에는 발생 건수 증가세가 둔화해 총 32건으로 집계됐고 총 172명이 숨졌다.

이는 2006년 이후 연평균 발생 건수인 31.1건과 평균 사망자 수인 162명을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AP는 설명했다.

관련 통계를 관리하는 노스이스턴대 제임스 앨런 폭스 범죄학과 교수는 "1주에 한 번씩 대규모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고 해서 이것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하면 안 되며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대규모 살인 사건 건수는 급격하게 늘었다.

2019년에는 총 45건이 발생했고, 미 총기 범죄 사상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된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2017년에는 대규모 살인 사건으로 총 230명이 희생됐다.

총기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으나 관련 정책 변화가 있을 조짐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AP는 지적했다.

2018년 플로리다 파크랜드의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딸을 잃은 프레드 거튼버그 씨는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즉시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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