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합의 가능성에 증시 패닉 신호 아직 없어…"가격 반영 힘들다"

디폴트 시점 전후 만기 국채 매수 저조…두달새 금값 10% 넘게 상승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연방정부 부채한도를 둘러싼 미국 정치권 논의가 교착 국면인 가운데, 아직 증시에 본격적인 영향은 없지만 일부 금융시장에서는 여파가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9일 보도했다.

NYT는 연방정부 채무불이행(디폴트)이 실제 일어날 경우 세계 금융 중심지로서 미국의 위상이 약화하고 경기 침체가 발생하는 등 재앙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면서도, 아직 증시에 패닉 신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미 의회 지도부가 이날 부채 한도 상향 문제를 논의했으나 입장차를 확인하는 데 그친 가운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46%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S&P500지수는 은행권 불안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 달 새 0.24% 상승하며 강보합세를 유지 중이며, 올해 들어서는 7.2% 상승한 상태다.

NYT는 상대적으로 증시가 잠잠한 데 대해 과거처럼 정치권에서 막판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고, 합의 불발 시 재앙적 결과가 있겠지만 이는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만큼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르면 다음 달 1일 디폴트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아직 미 정부의 보유현금이 바닥나는 'X-날짜(date)'를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점도 투자자들의 판단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금리 전략가 랄프 악셀은 증시 흐름에 대해 X-날짜를 넘기지 않을 것으로 보는 공통 견해가 반영된 것이라면서 "현재로서는 (디폴트) 가능성이 작고 가격에 반영하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웰스파고 인베스트먼트 인스티튜트의 폴 크리스토퍼는 "과거에는 언제나 해결했던 만큼 (해결에 베팅하는 게) 최선이지만, 아니라면 매우 불쾌한 충격이 될 것인 만큼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그러나 주식 이외 시장에서는 경고 신호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이 X-날짜 부근 만기인 미 국채 매수를 꺼리고 있으며, 미 재무부는 지난주에 4주간 자금을 빌리는 데 장기보다 훨씬 높은 6% 가까운 이자를 지급했다는 것이다.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급등했고, 국제 금값이 최근 2달 새 10% 넘게 오른 데에도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일부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주식시장에서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기 부채한도 합의 불발로 국제신용평가사 S&P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한단계 내리면서, 2011년 8월 8일 하루 S&P500 지수가 6.66% 하락한 바 있다.

이는 7월 연고점 대비로는 16% 넘게 떨어진 것이었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 스튜어트 카이저는 "사람들이 2011년 투자기록을 꺼내보며 2023년 업무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bs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