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발전 맞물린 하락세, 코로나19 대유행 계기로 전환

2020년 10.7% 상승…"정신건강 악화·펜타닐 확산 등 영향"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미국에서 20세 미만 아동 및 청소년의 사망률이 최근 몇 년 새 반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립대 사회의료센터의 스티븐 울프 명예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교통사고, 살인, 자살, 약물과용이 2020년 이후 미국 아동 및 10대의 사망률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와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미국 1∼19세의 사망률은 전년 대비 10.7% 상승했으며, 2021년(잠정치)에도 8.3% 늘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최근 15년 새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의료기술 발달과 자동차 안전 기술 발달 등으로 인해 아동·청소년의 사망률은 오랜기간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 같은 장기 하향 추세는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한 2020년 이후 뚜렷하게 상승 전환했다.

울프 교수는 "(의학기술 발전 등에 의한) 사망률 감소에 기여해온 모든 효과가 4대 요인에 의해 상쇄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망률을 반등시킨 직접적인 요인은 정작 코로나19 감염이 아니었다. 코로나19 감염은 2020년 20세 미만의 사망률 증가를 단지 10분의 1만 설명할 수 있을 뿐이라고 울프 교수는 말했다.

공공의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 기간 거리두기로 학교는 물론 각종 운동·여가 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대면 활동이 줄어든 게 아동·청소년들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정신건강 악화는 청소년 자살 증가 및 약물과용 사망이 늘어난 것과 무관치 않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미국에서는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아편류 합성 마약인 펜타닐은 치사량이 2㎎에 불과해 조금만 과용해도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총기 사건도 최근 미국 내 아동·청소년의 사망률을 반등시킨 주범으로 꼽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총기 보유가 늘어난 사실과 2020년 5월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높아져 갈등의 '사적 해결'이 늘어난 게 총기 사망이 늘어난 배경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교통사고는 아동·청소년 사망률 기여도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다가 코로나19 발발 시기를 전후해 기여도가 다소 반등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종식돼도 미국 내 아동·청소년 사망률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프레데릭 리버라 워싱턴대 교수는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 악화가 지속되고 총기 접근이 제한되지 않는 이상 문제 상황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울프 교수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선 아이들이 영양실조와 질병으로 죽어가는 것을 보았는데, 미국에 돌아와 보니 총이나 자동차같이 사람이 만든 요인으로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게 돼 매우 힘겹다"라고 말했다.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