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신경전 여전…민주당 "공화당이 美경제 인질로 잡아"

"미 하원, 메모리얼데이 앞두고 25일 휴회 전망"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차병섭 기자 = 미국 백악관과 야당인 공화당 측 협상팀이 24일 연방정부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을 막기 위한 부채한도 협상에서 일부 진전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취재진과 만나 "우리는 일부 진전을 이뤘고 이는 매우 긍정적"이라면서 "우리는 반드시 올바른 합의를 이루고자 하며, 그러한 방향으로 작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다수 있다면서도 "여전히 합의에 이를 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낙관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4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날 협상 도중 열린 브리핑에서 생산적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계속 선의를 갖고 진행할 경우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기대했다.

백악관과 민주당 측은 그러면서도 공화당이 미국 경제를 인질로 잡고 있다고 비판하는 한편, 민주·공화당이 분점 중인 의회에서 합의안을 통과시키려면 공화당 측의 추가 양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가운데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이날 디폴트 위험과 관련해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로 매기면서, 향후 등급 하향이 가능한 '부정적 관찰대상'(Rating Watch Negative)으로 지정했다.

피치는 "디폴트 예상일(X-데이트)이 빠르게 다가오는데도 부채 한도 상향·유예 등 문제 해결에 이르는 것을 막는 정치적 당파성이 커지는 것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이 이르면 다음 달 1일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고 여러 차례 밝힌 가운데, 다른 경제기관들도 다음 달 2∼13일 사이에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을 경고하는 상황이다.

옐런 장관은 이날 한 행사에서 연방정부의 재원이 언제 소진할지 그 날짜를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6월 초가 되면 채무를 지불할 수 없을 것이라며 부채한도 상향 협상의 조속한 타결을 촉구했다.

앞서 매카시 의장은 이날 CNN 방송에 출연해 "나는 미국민이 가장 높은 부채한도 비율을 가질 수 없는 데다 가장 많은 돈을 지출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을 그들이 깨닫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린 작년보다 지출을 더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확히 얼마나 더 지출을 줄여야 하느냐는 질문엔 "그것은 협상의 일부다. 민주당은 덜 쓰고 싶은 게 아니라 더 쓰고 싶어 한다. 이는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협상 불발로 디폴트에 빠진다면 공화당이 책임져야 하느냐는 질문에 "디폴트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그럴 경우) 우리가 유일한 상대방이 아니기에 공화당에 떠넘겨선 안 된다"고 답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매카시 의장이 당내 강경 보수파에 발목이 잡혀 타협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맹비난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은 지난 22일 부채한도 상향 협상을 위해 세 번째 회동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이후 백악관과 공화당 협상팀이 연일 실무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미 정부는 디폴트 날짜인 'X-데이트'를 6월 1일로 제시했고 일각에서는 설사 지출 조정 등으로 그 시기를 늦추더라도 6월 15일을 넘기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하원은 다음 주 메모리얼 데이 연휴 휴회를 앞두고 25일 휴정할 계획이며, 공화당 측은 의원들에게 합의안 처리 가능성에 대비하도록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