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보다 0.6%P↓, 내년엔 2.9%로 소폭 반등"

"여전한 근원물가 상승세, 높은 부채, 고금리가 발목 잡아"

G20 물가상승률 작년 7.8%→올해 6.1%→내년 4.7%로 하락 전망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코로나19 대유행에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시달린 세계 경제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진단했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가 있는 OECD는 7일(현지시간) 2023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지난해 3.3%에서 0.6%포인트(P) 내려간 2.7%로 제시하면서 2024년에는 2.9%로 소폭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OECD는 이날 발간한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10년간 평균 성장률에 훨씬 못 미친다"며 "과거 기준으로 봤을 때 회복세는 미약하다"고 기술했다.

OECD는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서 물가 상승 속도가 느려졌고, 기업과 소비 심리가 회복하고 있으며, 중국이 예상보다 빨리 경제를 개방했다는 점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여전히 근원 물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으며, 부채 수준이 높은 데다 고금리가 자산·금융 시장뿐만 아니라 실물 경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개선 흐름은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에서는 통화 긴축 영향으로 주택·기업 투자가 위축돼 GDP 성장률이 작년 2.1%에서 올해 1.6%, 내년 1.0%로 둔화한다고 예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를 가장 가까이서 받는 유로존은 경제 성장률이 2022년 3.5%에서 2023년 0.9%로 고꾸라졌다가 2024년 1.5%로 회복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대가로 각종 제재를 받아 지난해 -2.0% 역성장한 러시아의 경제 성장률은 올해 -1.5%, 내년 -0.4%를 기록한다고 내다봤다.

중국은 코로나19 관련 규제를 들어내면서 경제 성장률이 작년 3.0%에서 올해 5.4%로 뛰었다가 내년 5.1%로 개선 흐름이 다소 완화한다고 봤다.

일본 경제는 통화 정책 완화 기조가 이어지고 임금 상승 등의 영향으로 2022년 1.0%, 2023년 1.3%, 2024년 1.1%로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물가 상승률은 에너지·식품 가격 하락과 공급 병목 현상 감소 등에 힘입어 주요 20개국(G20)에서 2022년 7.8%, 2023년 6.1%, 2024년 4.7%로 하향 곡선을 그린다고 예상했다.

폭발적인 물가 상승으로 신음해온 아르헨티나에서는 올해 물가상승률이 106.9%를 찍고 내년 88.3%로 내려온다고 봤다. 튀르키예의 물가상승률은 올해 44.8%, 내년 40.8%로 제시했다.

OECD는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근원 물가 상승률이 고질적으로 높기 때문에 통화 정책 측면에서는 물가가 안정됐다는 명확한 징후가 있을 때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높은 물가 상승률로 어려움을 겪는 일부 국가에서는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추가로 필요할 수 있다며,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고려해가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재정 정책 측면에서는 경제 회복과 물가 상승률 하락 등에 발맞춰 관련 재정 지원을 줄여나가되 도움이 필요한 취약 계층을 선별해서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응하면서 늘어난 재정 지원은 많은 나라에 적자 예산과 공공 부채를 안겼는데, 고령화와 기후변화 등 다른 미래의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하라는 취지다.

OECD는 이와 함께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 고용 격차를 좁히는 노력으로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를 확대할 수 있다면 경제 성장 전망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저렴한 양질의 보육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부모의 육아 휴직을 장려하는 정책을 도입해서 여성이 노동 시장에 참가할 의욕을 고취하는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un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