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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나이가 어때서?"…동료로부터 '그만둬라' 소송당한 95세 판사
폴린 뉴먼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 판사. [트위터]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미국에서 95세의 현직 판사가 동료로부터 '이제는 판사봉을 내려 놓아라'는 취지의 소송을 당했다. 이에 그도 맞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다툼이 시작됐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4월 연방순회항소법원 소속 킴벌리 무어 판사는 '사법 처리 및 장애법'을 근거로 폴린 뉴먼(95) 판사가 직무를 수행함에 부적합하다는 내용의 소장을 미국 사법위원회에 제출했다.

이에 뉴먼 판사가 지난달 자신을 고소한 무어 판사를 상대로 맞소송을 제기하며 "일을 그만 둘 수 없다"고 한 가운데 사법위원회는 뉴먼 판사의 거취와 관련해 내달 13일 비공개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동료들은 뉴먼 판사의 업무 능력이 과거보다 줄었다고 평가했다. WP는 “뉴먼은 최근 5년간 시행된 법원 규칙을 잊거나 사망한 지 한참된 수석 판사를 언급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최근엔 온라인 보안교육을 이수하지 못했고, 컴퓨터에서 파일을 찾지 못할 때 “해커 탓”이라고 하는 등 컴퓨터를 다루는 능력이 떨어졌다는 의혹을 샀다. 지난 2월 이후 새 사건이 배정되지 않았는데도 기존 사건 해결에 진전이 없어 동료들의 불만이 높았다.

반면 뉴먼 측은 "사건 처리에 지장 없고 여느 동료처럼 생산적으로 일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그는 판결문을 쓸 때 반대 의견을 주로 내왔기 때문에 업무처리에 상대적으로 시간이 더 걸린다는 주장을 펼쳤다. 뉴먼을 30년간 알고 지낸 변리사 제니스 뮐러는 WP에 "법조계에서 숙련된 반대자가 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역할"이라고 평했다.

뉴먼은 WP에 "동료들 말마따나 내가 정말 신체적·정신적으로 쇠약해졌다면 물러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대로라면 나는 충분히 기여할 수 있고 반드시 일해야 한다고 느낀다"고 강조했다.

WP는 "일각에선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는 그를 '이기주의의 전형'이라며 비판하지만, 본인은 급격한 기술 변화의 세계인 특허·지재권 분야에서 자신의 오랜 경험과 안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뉴먼은 미국 법조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애초 의사를 꿈꿨다가 여성 차별적인 분위기가 강했던 의학 대신 화학 전공을 택했고 컬럼비아대 석사, 예일대 박사 과정을 밟은 뒤 변리사 자격증을 땄다. 화학 분야에서도 성 차별 탓에 적절한 커리어를 찾지 못하자 뉴욕대 로스쿨을 거쳐 법조계에 투신했다.

1984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 의해 연방순회항소법원 판사로 임명된 뒤 특허와 지식재산권을 주로 다뤘다. 미국 언론은 "법원의 무지에 맞서 반대 의견을 많이 내온 뉴먼은 발명가들의 가장 큰 옹호자"라고 평가했다. 여성으로는 두 번째로 미국 대법관이 됐던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은 “뉴먼은 지성, 근면, 법에 대한 헌신으로 젊은 여성들에게 귀감이 된다”고 평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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