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제조 분야 권위자 전직 삼성전자 임원 등 7명 재판행

빼돌린 공장 설계도면 여전히 중국에 있어…검찰, 범행 수사 확대

(수원=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설계 도면을 빼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통째로 복제한 반도체 공장을 중국에 설립하려 한 전 삼성전자 상무 A씨가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박진성 부장검사)는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A(65) 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또 A씨가 대표로 있는 중국 반도체 제조 회사 직원 5명과 공장 설계 도면을 빼돌린 삼성전자 협력업체 직원 1명 등 6명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A씨 등은 2018년 8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인 반도체 공장 BED(Basic Engineering Data)와 공정 배치도, 공장 설계도면 등을 부정 취득·부정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반도체 공장 BED는 반도체 제조가 이뤄지는 공간에 불순물이 존재하지 않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기 위한 기술이다.

공정 배치도는 반도체 생산을 위한 핵심 8대 공정의 배치, 면적 등 정보가 기재된 도면이다.

이들 기술은 노트북과 휴대전화에 사용되는 '30나노 이하급 D램' 및 '낸드플래시' 반도체 공정 기술로써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

반도체 공장 BED는 A씨 업체 직원(불구속 기소)이 삼성전자에 근무하면서 2012년께 빼돌린 자료로 알려졌다.

검찰은 A씨 등이 공정 배치도를 취득한 경위에 대해선 아직 파악 중이다.

A씨 등은 중국 시안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불과 1.5㎞ 떨어진 곳에 삼성전자를 그대로 본뜬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국내 반도체 업계 인력들에게 연봉 2배를 제안해 200여명을 본인 회사로 영입했고, 이들에게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도면 등을 입수해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A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직원들은 삼성전자 반도체 중국공장 감리회사 직원(불구속 기소)으로부터 설계 도면을 취득해 무단 사용하는 등 이 사건 범행에 적극 가담했다.

A씨 등이 계획한 '삼성전자 복사판' 반도체 공장은 건설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만의 전자제품 생산업체가 A씨 업체에 약정한 8조원 투자가 불발됐기 때문이다.

다만 A씨 회사가 공장 설계 도면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는 중국 청두시로부터 4천600억원을 투자받았다.

해당 회사는 지난해 연구개발(R&D) 건물을 완공해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 시제품을 생산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검찰은 2019년 8월 국정원으로부터 해당 첩보를 입수했으나 A씨의 중국 체류 등으로 한동안 수사를 중단했다.

A씨는 병원 치료 등을 이유로 올해 2월 입국했다가 형사 입건됐다.

검찰은 A씨 등의 구체적인 기술 유출 경위와 추가 범행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A씨는 삼성전자 상무를 거쳐 SK하이닉스 부사장을 지내는 등 국내 반도체 제조 분야 권위자다.

그는 모든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기소된 직원 일부는 범행을 자백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번 기술 유출로 삼성전자가 최소 3천억원에 이르는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했다.

검찰 관계자는 "단순히 반도체 기술 유출이 아닌, 반도체 공장을 통째로 복제 건설하려 한 범행"이라며 "반도체 생산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 근간을 흔드는 중대 범행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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