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항공청, '규제 유예' 묶여 민간 우주비행 안전조치 손도 못대

버진갤럭틱·블루오리진·스페이스X 등 사고 빈발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대서양에서 타이태닉호 관광용 잠수정이 침몰한 비극적 사고를 계기로 우주 공간에서의 '익스트림 관광'의 안전성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고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25일 보도했다.

잠수정 타이탄은 지난 18일 오전 잠수를 시작한지 두시간이 채 안돼 연락이 두절됐으며, 당국의 필사적인 수색·구조작업에도 불구하고 나흘만인 22일 잔해로 발견됐다.

선체가 수압을 이기지 못해 찌그러지는 압궤 현상, 이른바 '내파'가 발생한 것이 사고 원인으로 꼽히고 있으며 탑승자 5명은 전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우주 분야 전문가인 미셸 핸런 변호사는 관광용 우주선을 잠수정에 비교하며 "딱 봐도 알 수 있는 유사점이 있다"고 말했다.

캡슐에 탑승한다는 점,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창문이 선체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라는 점, 위험한 환경으로 진입한다는 점 등이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타이탄을 바다에 띄운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과 마찬가지로 우주로 민간인 관광객들을 실어나르는 업체들 역시 사실상 안전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블루 오리진,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창업한 버진 갤럭틱은 각각 승객들을 지구와 우주의 경계선상인 고도 약 100㎞ 상공, 즉 '준궤도'(suborbital)까지 실어나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경우 이보다 높은 궤도까지 도달하며, 향후 수년간 경쟁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악시오스는 언급했다.

악시오스는 "타이탄 사고로 오션게이트와 같은 회사를 관리하는 규제가 미비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고개를 들고 있다"며 "이는 우주비행 산업계 내에서 수년간 지속돼온 논쟁"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미 연방항공청(FAA)은 지상에 있는 사람들과 관련해 규제를 적용할 수 있을 뿐 우주로 비행하는 승객들과 관련해서는 그 어떤 안전 관련 조치도 원칙적으로 부과할 수 없다고 한다.

이는 앞서 미 의회가 우주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올 연말까지 규제 유예기간을 두기로 결정했기 때문인데, 업계에서는 벌써 유예 연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악시오스는 "오션게이트 사고를 계기로 해당 규제 만료시 FAA가 민간 우주산업에 더 강한 규제를 부과할 수 있도록 미 의회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2014년 버진 갤럭틱의 시험 비행 중 사고로 파일럿 한 명이 숨지고 다른 한 명이 다치는가 하면, 2021년에는 우주선 '스페이스 쉽 투'가 브랜슨 회장 등을 태우고 가다 항로를 이탈하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지난해는 블루 오리진의 뉴 셰퍼드 우주선이 발사 도중 오작동으로 시스템이 중단되는 사고를 겪는 등 우주 관광 산업계에서도 자칫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장면이 빈발하고 있다.

우주 공간의 평화적 사용을 옹호하는 비정부기구 '시큐어 월드 재단'의 브라이언 위든은 "과다한 규제가 산업을 죽일까 하는 우려가 있지만, 규제 미비로 인한 안전하지 않은 상업 관행 역시 산업 쇠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