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에 치마 강제 안돼"…美 대법원도 원심 판결 유지

노스캐롤라이나 학교 복장규정, 헌법상 '평등권' 침해

"사학의 자유 위협" 상고…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


미국 대법원이 '여학생에게 치마를 강제로 입혀선 안 된다'며 학교 복장 규정을 무효화한 원심 결정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여학생에게 특정 복장을 강요하는 것은 미국 수정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대법원은 노스캐롤라이나주(州)의 자율형 공립학교 차터데이 스쿨이 제기한 상고를 기각하고 해당 학교의 복장 규정을 무효화한 원심 결정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상고 심리 자체를 진행하지 않고 기각하겠다는 것으로 소송은 하급심인 연방항소법원의 판결로 종결됐다.

대법원 재판부는 차터데이 스쿨의 복장 규정이 성별에 따라 학생들을 차별했기 때문에, 미국 수정헌법 제14조에 명시된 평등권을 침해했다는 원심의 결정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해당 규정이 "여학생을 깨지기 쉬운 그릇으로 취급했으며 기사도 전통을 보존하기 위해 치마를 입게 했다"고 비판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차터데이 스쿨은 수업료가 없고 누구나 입학할 수 있는 자율형 공립학교다. 운영 주체는 지역 교육당국이 아니고 사립 비영리 법인이다. 다만 운영 자금 일부를 주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 차터데이 스쿨은 전통적 가치를 지향하는 학교로 남학생에게는 바지를, 여학생에게는 치마를 입히는 복장 규정을 두고 있었다.

앞서 연방항소법원은 지난해 6월 해당 학교의 복장 규정이 위헌이라며 원고인 학부모들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법원은 "여학생은 연약하며 남학생과 다른 대우를 받아야한다는 고정관념이 어린 소녀들에게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판결 이유를 밝혔다.

반면 학교 측은 원고의 소 제기 자체가 형식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은 개인이 헌법 또는 법률상의 권리를 침해한 주 공무원을 법정에 세울 수 있도록 허용한 연방법(1983조)에 근거해 소를 제기했는데 자신들은 주정부 행위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학교 규정에 대한 국가의 강압은 사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며 학부모가 자녀의 학교를 선택한 만큼 이를 따르는 것이 맞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은 학교가 가진 지위가 법적으로 주정부 행위자에 해당하며, 따라서 원고의 소송 요건에는 문제가 없다는 연방항소법원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원고 학부모와 소송을 대리한 미국시민자유연합 측은 대법원 결정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리아 타바코 마르 변호사는 "자율형 공립학교 여학생도 바지를 입을 자유를 갖고 있다"며 "모든 여학생들이 평등한 학교에 다닐 수 있게 계속해서 싸우겠다"고 했다.

반면 학교 설립자인 베이커 미첼은 대법원 결정에 대해 "학교 자율성을 위협하고 교실을 정치적 계략에 노출시켰다"며 "이렇게 되면 앞으로 저소득층 학부모와 학생들의 학교 선택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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