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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껴써야 이긴다’…‘쩐의 전쟁’ 美대선 AI 활용 [디브리핑]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아 백악관에서 불꽃놀이를 관람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그의 가족들 [AFP]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미국 대선은 ‘쩐의 전쟁’이라고 불릴 만큼 자금 모금이 중요하다. 소요되는 비용도 갈수록 증가하면서 한푼이라도 더 모으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씀씀이는 최대한 아끼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면서 인공지능(AI)이 비용 절감을 위한 중요 선거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쩐의 전쟁’이 된 美대선 = 미국 대통령 선거는 갈수록 어마어마한 자금이 투여되고 있다. 글로벌 통계 플랫폼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08년 대선 때 처음으로 총 지출 규모가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넘어선 뒤 2016년 15억3000만달러로 뛰었다.

2010년 연방대법원이 정치자금 기부단체인 정치행동위원회(PAC)를 통하면 제한 없이, 출처를 따지지도 않고 자금을 모금할 수 있도록 하면서 ‘쩐의 전쟁’의 길이 열린 것이다.

급기야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맞붙었던 2020년 대선 땐 총 지출금액이 무려 40억6000만달러로 껑충 뛰었다. 어느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박빙의 승부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최대한 돈을 쏟아부은 것이다.

오는 2024년 대선도 다르지 않다. 각 당 예비후보들은 정책 홍보보다 모금 활동에 적극적이다.

공화당 유력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캠프와 PAC을 통해 2분기에만 3500만달러(약 450억원)를 모금했다고 밝혔다. 1분기 모금액 1880만달러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쟁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지난 5월 24일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뒤 6주간 2000만달러를 모았다고 밝혔다. 디샌티스 측 PAC는 지난 3월 출범 이후 이달 초까지 약 1억3000만달러를 모았다.

둘에 비해 비교적 존재감이 약한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2분기에 모두 730만달러를 모았다. PAC은 총 1870만달러를 모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는 두 후보보다 작지만 16만 건의 기부금 가운데 대다수가 200달러 미만의 소액 기부자란 점에서 밑바닥 표심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덕분에 헤일리 후보는 8월 23일 예정된 공화당 예비후보 첫 토론회 참가의 기본 조건인 개인 기부자 4만명 기준을 손쉽게 넘어섰다.

재선에 도전하는 민주당의 바이든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모금액을 밝히지 않았지만 전력을 다해 모금에 나서고 있다. 미국 선거법에 따르면 각 캠프는 출마를 공식 선언한 분기 말에 선거자금 모금 결과를 연방 선거관리위원회(FEC)에 보고해야 한다. FEC는 각 캠프 자료를 종합해 이달 중순 모금 규모를 밝힐 예정이다.

▶한푼이 아깝다, AI야 도와줘 = 돈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한푼이라도 아끼려는 각 캠프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그 가운데 단연 환영 받는 건 AI다.

AI를 이용하면 연설문과 선거 문구 작성, 광고 제작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운동원이나 정치 컨설턴트들에겐 일자리를 잃을 위협 요인이지만 한푼이 아쉬운 캠프 전반적으로 마다할 이유가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미드저니 같은 AI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텍스트 프롬프트를 기반으로 수천 달러가 들어갈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손쉽게 만들 수 있다. 민주당과 협력관계인 스털링데이터의 마틴 쿠루츠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에 “AI가 미국 정치 운동을 훨씬 싸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공화당 전국위원회(RNC)는 생성형 AI를 이용한 광고를 선보였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자동 모금 이메일 발송에 AI를 활용했으며 앞으로 AI를 더 확대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정치권에선 AI로 인한 직접적인 비용 절감보다는 선거에 악용될 경우 치러야할 사회적 비용을 우려하고 있다.

구글 전 최고경영자(CEO) 에릭 슈미트는 최근 CNBC와 인터뷰에서 AI를 통한 거짓 정보가 SNS를 통해 확산될 수 있다며 이번 대선이 혼탁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SNS기업들은 가짜 AI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며 신뢰 및 안전을 담당하는 조직은 오히려 더 작아졌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전략가인 프랭크 훈츠는 AI로 인한 유권자 혼란을 우려하며 “AI 때문에 진실을 신경 쓰는 사람도 진실을 알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치권과 AI기업들은 가짜 정보를 걸러내기 위한 자체 심의와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미국 정치 컨설턴트 협회는 지난달 정치 광고에 가짜 AI를 사용하는 것을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며 딥페이크를 제작한 회원에 대한 제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챗GPT로 생성형AI의 선두를 달리는 오픈AI는 지난 3월 신뢰 및 안전팀을 통해 챗GPT를 이용해 정치 선거나 로비를 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AI를 이용해 만든 이미지를 진짜와 구별하기 위해 디지털 워터마크를 삽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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