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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관리들, 유엔사 ‘대화 시작’ 언급에 “협상 쉽지 않을 것…대화 재개 계기되기 어려워”


지난 18일 판문점을 견학하다 무단으로 월북한 미 육군 트래비스 킹 이병.
지난 18일 판문점을 견학하다 무단으로 월북한 미 육군 트래비스 킹 이병.

유엔사가 월북 미군 문제로 북한군과 대화를 시작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미국 전직 관리들은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특히 미북 대화 재개의 계기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 민간연구소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부소장 겸 한국 석좌는 북한군과 대화를 시작했다는 유엔사의 언급만으로 송환 협상의 본격적인 진전이나 미북 비핵화 협상 재개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습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차 석좌는 24일 VOA와의 통화에서 엄밀히 따져 킹 이등병은 정전협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이에 따라 미북 간 초기 논의는 주로 정전위원회와 유엔군사령부가 맡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설명했습니다.

[녹취: 차 한국석좌] “ I think it’s way too early to say that this could somehow jumpstart denuclearization talks. I think the initial discussions that are taking place in with regard to this person who went across the border will largely be related to the Military Armistice Commission and the UNC, because this is technically a violation of the armistice. And the question of any sort of higher level negotiation would be determined when whether North Korea pardon the individual and allow him to be taken out of North Korea. But I don't think that will happen any time soon”

차 석좌는 특히 북한의 월북 미군에 대한 사면과 석방 여부는 “고위급 수준의 협상에서 결정되는데 그런 일은 조만간 일어 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은 지난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다 군사분계선을 넘어 월북했지만 북한은 여전히 그의 행방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유엔군사령부의 앤드루 해리슨 부사령관은 한반도 시각 24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킹 이등병의 신병 등과 관련해 “정전협정 메커니즘에 따라 북한군과 관련 대화가 시작됐다”고 말했습니다.

앤드루 해리슨 유엔군사령부 부사령관이 24일 한국 서울에서 외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앤드루 해리슨 유엔군사령부 부사령관이 24일 한국 서울에서 외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무부의 밀러 대변인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내가 이해하는 건 지난 주 초에 있었던 접촉 시도 이후 새로운 연락은 없다는 것”이라며 “언론 보도는 유엔사의 성명을 잘못 해석한 데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즉 북한 측이 유엔사의 메시지를 수신했지만 양측이 실질적인 협상에 나선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대리는 킹 이병의 석방과 귀환 문제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운용 메커니즘에 따라 “군사 대 군사 차원”에서 관리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랩슨 전 대사대리] “The matter could possibly be managed and resolved (i.e., King’s return/release) at the mil-to-mil level under the auspices and mechanisms of the JSA. Of course North Korea may have another agenda in mind, which is to extract specific concessions from the US and use King as a propaganda tool for its own domestic purposes. I’m doubtful Pyongyang sees this incident as a stepping stone to a resumption of long postponed diplomatic engagement.”

랩슨 전 대사대리는 또한 북한은 이번 사건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고 국내에서 선전 도구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염두에 둘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이 이번 사건을 오랜 기간 미뤄진 외교적 관여를 재개하기 위한 디딤돌로 여기진 않을 것으로 봤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경색된 미북 관계를 풀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m pessimistic because Kim Jong Un doesn’t seem to be interested in resuming negotiations with the US. He seems to be focused on continuing his tests. Biden Administration has been offering to resume negotiations without any condition and North Korea hasn’t been willing to accept that offer. So I think this particular case of this one solider is not likely to change Kim Jong Un’s calculation.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김정은은 미국과의 협상 재개에 관심이 없고 미사일 실험을 계속하는 데 집중돼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조건 없는 대화’ 제의에도 응하지 않는 북한이 미군 한 명과 관련한 사건을 계기로 계산법을 바꿀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이 월북 미군에 대한 미국의 메시지를 수신했다는 사실이 비핵화 협상을 둘러싼 미북 간 역학관계를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Pyongyang has no interest in such talks. It has made clear that it is and will remain nuclear power. The core reason for the impasse between Washington and Pyongyang is that the US is seeking a dialogue about something the DPRK no longer wishes to talk about, i.e. denuclearization.”

북한은 현재와 미래에도 핵보유국임을 분명히 한 만큼 관련 회담에 관심이 없으며 이 같은 비핵화에 대한 대화를 모색하는 것이 미북 협상의 답보 상태를 장기화하는 근본 원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현재는 유엔사령부가 관련 사건을 주도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미국 정부가 나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미북 양측은 그동안 단절된 대화를 이어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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