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 본격화 앞뒀지만 가을철 '진흙탕' 되면 공격 멈춰야

미 대선도 부정적 변수…"전쟁 길어지면 바이든 선거에 불리"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점령지 탈환을 위한 '대반격'에 나섰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여러 불리한 변수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영국 육군 장교 출신 리처드 켐프는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칼럼에서 "시간은 우크라이나군의 편이 아니다"라며 우크라이나가 내년 미국 대선과 전쟁터의 날씨 변화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켐프는 지난 두 달간 러시아 방어선 돌파를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해온 우크라이나군이 현재 자포리자 남부에서 멜리토폴로 이어지는 공격의 축을 확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훈련받은 부대를 투입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1차 방어선을 뚫더라도 우크라이나는 더 길고 치열한 싸움을 각오해야 한다. 러시아군은 각종 함정과 지뢰, 전투기, 공격용 헬리콥터, 미사일, 기관총 등 다양한 무기로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을 방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계절적 변화도 우크라이나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제 몇 주만 지나면 가을이 오고, 땅은 진흙탕으로 변해 전차 이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가을과 봄에 땅이 진흙탕으로 변하는 현상인 '라스푸티차'로 악명이 높다. 과거 나폴레옹과 히틀러도 이 라스푸티차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켐프는 "우크라이나로선 가을부터 최소한 땅이 얼어붙기 시작하는 11월까지는 공세 작전을 진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내년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이다. 켐프는 미 대선이 우크라이나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전쟁이 길어지면 전쟁 지원에 동의해 온 유권자들의 표심이 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본격적인 선거 운동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이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켐프는 미국이 '전쟁 장기화'보다 러시아 정권 붕괴를 더 두려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크게 승리해 러시아가 분열되는 등 파멸하게 되면 세계는 지정학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이 때문에 미국은 지난달 나토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신속 가입에 반대했다고 켐프는 분석했다. 또 러시아 정권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만 무기를 지원하느라 F-16 전투기, 장거리 미사일 제공에 미온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선거를 앞둔 만큼 평화 회담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러시아로선 점령지에서 물러나거나 나토의 안보 조건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기에 평화 협상은 러시아가 승리했다는 모양새만 만들어줄 뿐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한편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미국 공화당 내부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연방수사국(FBI)과 국세청(IRS) 등이 바이든 가족 조사에 관한 증거를 넘길 때까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위한 선적 승인을 거부할 것을 공화당 의원들에게 촉구했다.

공화당의 다른 대선 후보인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최근 아이오와주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러시아 침공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방어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가 야유를 받았다.

지지율 조사에서 펜스를 앞서는 기업가 출신 공화당 경선 후보 비벡 라마스와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완전히 끊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밖에 팀 시히, 샘 브라운, 버니 모레노 등 상원의원 자리를 노리는 공화당 정치인들도 최근 잇따라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유권자 사이에서도 전쟁 지원 회의론이 부상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공화당 또는 공화당 성향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퓨리서치 여론조사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너무 많은 지원을 한다고 답한 비율은 개전 이후 최고치인 44%를 기록했다.

abb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