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뉴올리언스 46도 신기록 예고…지독했던 7월보다 더워

공중보건 위기…중국·한국 등 아시아 폭염·폭우 '연쇄재난'

건설·공장·농업 등 산업현장 '비명'…경제타격도 불가피할듯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올여름 북반구를 달구고 있는 기록적인 폭염이 8월에도 끓어오를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7월에 이어 역대 최고 기온 기록 경신이 계속되며 더 더워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고 유럽에서도 무더위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는 폭염과 폭우가 연달아 닥쳐 신음하는 가운데 지구촌 산업현장 곳곳에서는 노동자들이 더위에 고스란히 노출되며 비상이 걸렸다.

◇ 여름 최절정 8월, 7월보더 더 덥다 美 '역대 최고' 기온 예고

지난달 31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3개월째로 접어든 미국 남부의 폭염이 8월 들어서도 계속되며 기존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예보됐다고 보도했다.

8월의 첫째주인 이번주는 미국 중부와 남부의 평원지대와 미시시피강 하류, 멕시코만 연안 일대에 무더위가 닥칠 전망이다. 특히 루이지애나주와 텍사스주 일대의 기온이 전보다 더 치솟을 것으로 예보됐다.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는 최고 기온이 화씨 115도(섭씨 46.1도)를 넘어갈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텍사스주 오스틴과 댈러스도 화씨 105도(섭씨 40.6도) 안팎까지 올라가 이번 주 미국에서 가장 더운 지역에 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텍사스주 휴스턴과 샌안토니오 등도 이주 초 역대 최고 기온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으며, 애리조나주와 네바다주 등은 더위가 잠시 누그러졌다가 다시 기승을 부리겠다고 WP는 전했다.

6월부터 발달한 열돔(heat dome)에서 비롯된 미국의 이번 폭염은 앞으로 몇주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WP는 8월 중순까지 남부 대부분 지역에서 예년 기온을 크게 웃돌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시아도 극한 기상에 신음하고 있다고 미국 CNN방송이 보도했다.

중국에서는 신장 등 서북 지역을 중심으로 40도를 훌쩍 넘는 살인적 무더위에 이어 제5호 태풍 '독수리'가 동부 지역을 따라 북상하며 물 폭탄을 쏟아부었다.

수도 베이징과 랴오닝성 북동부 등에서 4명이 숨지고 수십만명이 대피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제6호 태풍 카눈까지 접근해오면서 초비상이 걸렸다.

CNN은 집중호우에 이어진 폭염으로 사상자가 잇따르는 한국의 상황도 조명했다.

이 매체는 정부 발표를 인용해 2주 전 폭우와 산사태로 오송 지하차도 사망자를 포함해 최소 41명이 숨졌으며 올여름 폭염에 의한 사망자가 최소 10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달 말부터 섭씨 33∼39도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지난 주말 열사병, 열실신, 열경련 등 온열질환자가 1천명 넘게 나왔고 덧붙였다.

◇ 산업현장 곳곳 무더위에 신음…"에어컨 있어도 기절할 것 같아"

이런 무더위 속에서 건설 현장이나 논밭,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에어컨 등 냉방장치 없이 열기를 견뎌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캔자스주 도지시티에 있는 육가공업체 내셔널비프의 도축장에서는 직원들이 무더위에 그야말로 익어가고 있다.

작업을 할 때는 무거운 보호복과 헬멧, 보안경을 써야 하고 장비 소독에는 화씨 180도(섭씨 82도)가 넘는 뜨거운 물을 들이붓는데 도축장 안에는 열기를 내뿜는 선풍기 외에는 제대로 된 냉방시설이 없다.

캔자스·미주리·오클라호마주의 육가공업계 노조 대표인 마틴 로사스는 도지시티의 내셔널비프 도축장에서 일하는 직원 2천500명 중 거의 200명이 지난 5월 이후 일을 그만뒀으며 이러한 퇴사자 수는 예년 같은 기간보다 10% 많다고 전했다.

패스트푸드점 맥도날드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주방에 에어컨이 설치돼있기는 하지만 패티를 굽고 감자를 튀기는 열기가 이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의 맥도날드 매장에서는 이런 이유로 그만둔 직원이 적지 않다.

로스앤젤레스의 한 맥도날드 지점에서 20년간 일했다는 리아 로드리게스는 "매장 모든 곳에 에어컨이 있지만 주방의 온도계는 여전히 화씨 100도(섭씨 37.8도)를 넘는다. 이전에도 여름엔 더웠지만 이렇게 기절할 정도로 덥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창고 노동자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컬럼비아의 한 창고에서 지게차를 모는 세르시 코브는 숨 막히는 더위 때문에 어지럽고 눈앞이 캄캄해지곤 해 올여름 두차례나 응급실 신세를 졌다고 말했다.

농부들은 땡볕 아래 작업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멀쩡히 자라던 농작물이 타죽는 상황도 맞이해야 한다.

NYT는 이처럼 기록적인 더위가 노동환경에 악영향을 미처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낮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연구에서는 무더위에 따른 경제 손실이 2020년 1천억 달러에 달했으며 이는 2050년까지 연간 5천억달러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수은주가 화씨 90도(섭씨 32.2도)에 이르면 생산성이 25% 하락하고 100도(37.8도)를 넘으면 70% 낮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펜실베이니아대의 환경·노동경제학자인 R.지성 박 교수는 NYT에 "인간이 온도에 민감하고 열에 노출되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번 더위로 우리는 폭염이 예상보다 더 여러 방식으로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