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올트먼 "한달 전엔 머스크-저커버그 현피가 최고 드라마였는데"

"물리학의 성배, 사실이면 노벨상" vs "논문·실험 부실하고 실체 불명확"

온라인 밈 확산·美주식도 급등…"큰 실망거리 될수도" 회의론 여전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김동호 기자 = '꿈의 물질'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구현했다고 주장한 한국 연구진의 논문을 둘러싸고 해외에서 관심이 몰리고 있다.

초전도(超傳導)란 특정 온도에서 금속 등의 전기저항이 0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처럼 전기 저항이 없어진 물질을 초전도체(superconductor)라고 부른다.

초전도체는 전기 에너지를 손실 없이 전달할 수 있고 외부 자기장에 반발하는 '마이스너 효과'를 이용해 물체를 마찰 없이 공중에 띄울 수 있어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

현재는 극저온이나 초고압에서만 초전도 현상을 구현할 수 있어 실용성이 떨어진다. 전세계 숱한 연구자들이 상온·상압 초전도체 발견에 매달렸지만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고려대 출신들이 주축이 된 벤처 퀀텀에너지연구소 연구진이 최근 상온과 대기압 조건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초전도체 물질 'LK-99'에 관한 논문을 공개하면서 국내외에서 관심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 외신들 "물리학의 성배 될 수도" 주목

2일(현지시간) 외신들은 학계와 증권가, 소셜미디어에 이르기까지 LK-99와 초전도체를 둘러싸고 가열된 논란을 잇따라 다뤘다.

블룸버그 통신은 "LK-99는 한 세대에 한번 나올법한 과학적 돌파구일 수도 있지만, 큰 실망거리에 그칠지도 모른다"면서도 "최근의 소란스러움은 세상을 바꿀 새 과학적 발견을 우리가 얼마나 갈망해왔는지 보여준다"고 짚었다.

블룸버그는 이어 "초전도체의 개념을 거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화제와 밈이 돌고 있다"면서 전자·에너지·운송 등 산업부문 혁명은 물론 양자컴퓨팅 실용화의 문까지 열어젖힐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했다.

미국 온라인 매체 더메신저는 "이슈가 된 초전도체 실험을 재현하려고 과학자들이 달려들고 있다"며 "처음에는 다들 회의적이었으나, 몇몇 후속 연구는 상온 초전도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더메신저는 "모든 전자제품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초전도체가 우리를 애타게 하는 것"이라며 "과학자들은 이 발견이 사실이라면 노벨상을 탈 만한 업적이며, 물리학의 '성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고 강조했다.

기술 전문 매체 씨넷도 "상온 초전도체가 진짜라면 팡파르를 울릴 만한 큰일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초전도체 논문에 제기되는 회의론이 상당하다고 전제하면서도 "LK-99가 그 자체로 흥미로운 물질일 수는 있다"며 "과학이 움직이는 것을 바라보는 것 자체로 짜릿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 학계에선 회의론 많아…"논문·실험 부실하고 초전도성도 불확실"

학계에서는 이들이 만들어냈다는 물질 'LK-99'에 대해 관련 논문이 제대로 된 동료평가 등 학계 검증을 거치지 않은 점, 기존 이론과 맞지 않는 점, 초전도성 발현이 매우 어렵다는 점 등에 비춰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외신들은 퀀텀에너지연구소 연구진의 논문 발표 이후 해외 곳곳에서 LK-99 합성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 초전도성을 입증한 신뢰할 만한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인도 국립물리연구소와 중국 베이항대 연구진은 LK-99가 상온·상압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실험 결과를 내놓았다.

중국의 공학 교수라고 밝힌 한 네티즌이 LK-99를 재현했다고 주장하며 작은 물체 덩어리가 공중에 떠 있는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렸으나, 언론의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어 검증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앤드루 매클립이라는 엔지니어도 논문에 따른 LK-99 제조 과정을 실시간 영상으로 인터넷에 올리고 있지만 아직 최종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고 더 메신저는 전했다.

호주 울런공 대학의 재료과학자인 왕샤오린도 L-99 합성에 나섰지만 관련 데이터에 일관성이 없어 회의적이라면서 "더 설득력 있는 실험 데이터가 나올 때까지 과대 선전돼서는 안된다"고 씨넷에 말했다.

미국 아르곤연구소의 물리학자인 마이클 노먼은 사이언스에 LK-99를 개발한 한국 연구진에 대해 "그들은 아마추어 같다. 초전도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며 일부 데이터를 제시한 방식도 수상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상온·상압 초전도체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연구도 있다.

지난달 31일 미 에너지부 산하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LBLN) 소속 연구진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LK-99에서 초전도체 특성이 감지됐다는 내용의 출판전 논문을 공유했다. LBLN 연구진은 다만 실제 합성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 네티즌은 '혁명적 발견' 기대 부풀려

이번 논문의 사실 여부와는 별개로 해당 기술이 인류에 가져다줄 수 있는 가능성에 과학·기술계 일각은 물론 일반인들도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엑스'(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초전도체가 최대 화제에 올랐다.

네티즌들은 '꿈의 물질'이라는 초전도체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세빛섬을 비롯한 서울이 진짜 둥둥 뜬다", "노벨상을 받는 것이 아니라 연구진의 이름을 딴 상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게시물이 도는 가운데 해외 네티즌들도 거대한 바위가 둥둥 떠 있는 사진을 합성해 공유하는 등 온갖 상상력을 더한 '밈'(meme)을 쏟아내고 있다.

씨넷은 나스닥에 상장된 미국 초전도체 관련 업체 '아메리칸 슈퍼컨덕터'(AMSC)의 주가가 지난달 27일 대비 2배로 급등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소위 '초전도체 관련주'들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초전도체 화제에 유명인들도 말을 더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은 자신의 엑스 계정에 "한 달 전에는 트위터에서 일론(머스크)과 저크(마크 저커버그)의 대결이 가장 흥미진진한 드라마였는데 이제 우리는 상온 초전도체가 실현될 가능성에 사로잡혔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LK-99 관련 경력 2년 이상인 사람을 찾는 채용 담당자들의 이런 이메일들 좋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5개월간 거주했던 전 우주비행사 크리스 해드필드도 "초전도체가 실제 작동한다면 좋겠다"며 희망을 드러냈다.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