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실적 시즌서 현실 점검"…하반기 전망치 낮추기도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최근 미국 대기업들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2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증시는 오히려 정체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 기사에서 투자자들이 이번 실적 발표에서 깊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이 빚어진 이유를 분석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세트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에 포함돼 지금까지 2분기 실적 발표를 마친 기업 중 애널리스트의 추정치를 상회한 곳은 79%로 5년 평균치 77%보다 높았다.

지금까지 S&P 500 기업 중 약 90%가 2분기 실적 발표를 끝냈다.

이와 관련해 이번 실적 시즌에서 '어닝 서프라이즈'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투자정보업체 비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 분석에 따르면 시장 기대치 이상의 실적을 발표한 후에도 해당 기업의 주가는 다음 거래일에서 평균 0.5% 상승, 10년 평균 1.6% 상승치보다 상당히 낮았다.

아이폰 제조업체 애플은 2분기 수익과 매출이 시장 예상치보다 높았지만 다음날 주가는 4.8%나 빠졌다, 온라인 결제서비스업체 페이팔도 예상치를 웃돈 실적을 내놨지만 다음날 주가가 12% 폭락했다.

이처럼 기업 실적에 대한 투자자들의 냉랭한 반응으로 인해 올해 거침없이 올랐던 미국 증시도 하락세도 돌아섰다.

WSJ에 따르면 S&P 500은 이달에만 2.7% 하락했고, 올해 지수 상승률도 16%도 낮아졌다.

이에 대해 PNC 자산 운용 그룹의 수석 투자 책임자인 어맨다 어개티는 실적 시즌은 투자자에게 현실 점검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시장 랠리에 대해 '매우 망상적'이었다고 비판하며 "어느 순간에는 펀더멘털(경제 기초여건)이 중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대기업의 이익이 3분기 연속으로 감소하고 있음에도 올해 주가는 폭등했다고 WSJ은 지적했다.

상승 장세에 무게를 둔 이들은 지난해 주가를 끌어내렸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행진도 조만간 마침표를 찍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주가가 이미 많이 오른 데다 그간의 금리 인상이 이제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수익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일부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경기 침체가 닥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일부 기업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 사이에서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피로 징후가 포착되기도 했다. 기업들이 지난 몇 분기 동안 가격 인상을 통해 고객에게 비용을 떠넘겼는데 소비자들이 이제 구매를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향수 등을 제조하는 '인터내셔널 플레이버&프래그런스'는 판매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올해 매출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투자 자문사 웰스얼라이언스의 부사장인 세스 코핸은 경기 방어 섹터인 헬스케어, 필수소비재 등이 선호된다며 주식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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