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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월가의 '차이나 드림'.. 장밋빛 전망 수년 만에

김나연 기자 입력 08.23.2023 01:14 AM 수정 08.23.2023 01:16 AM 조회 2,676
지난 2021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중국에서 전액 출자의 뮤추얼 펀드를 운용하는 첫 글로벌 자산관리 업체가 됐다.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가 중국을 "가장 큰 기회 중 하나"라고 말한 지 약 1년 후다.

이로부터 2년 후, 블랙록은 중국 시장에서 악전고투 중이다. 

금융 데이터 제공업체인 윈드(Wind)에 따르면 블랙록은 관리 중인 자산 기준으로 약 200개의 중국 뮤추얼 펀드 중 145위다.

동종업체들인 피델리티 인터내셔널과 누버거 버먼이 각각 전액 출자한 중국 내 자회사들 순위는 훨씬 더 낮다.

이 같은 블랙록의 실망스러운 출발은 '차이나 드림'이 점차 사라져가는 것으로 보이는 월가 거물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오늘(23일) 보도했다.

중국 회사들이 점점 같은 중국 자산 운용사들 쪽으로 눈을 돌리면서 많은 미국 투자은행의 중국 내 기회는 조금씩 줄어드는 실정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경제의 둔화와 함께 데이터 확보의 어려움 확대로 외국 투자자들의 중국 자산에 대한 관심도 위축됐다.

최근에는 설상가상으로 미국 기업의 일부 중국기업 투자를 금지하는 조 바이든 정부의 행정명령이 나오기도 했다.

WSJ에 따르면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미 기업들의 중국 내 투자 전망은 더 밝아 보였다.

중국은 2020년 미국 자산운용사가 중국 개인 투자자에게 뮤추얼 펀드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자국 내 증권사에 대한 외국인 소유 지분 제한을 해제하는 식으로 규제를 철폐했다.

이듬해 골드만삭스는 중국 내 합작사에 대한 통제권을 완전히 장악했고, 2022년 모건스탠리는 중국 합작사 지분을 94%까지 늘렸다.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 출신인 스티븐 로치는몇 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 자유롭게 운영되던 서구의 비즈니스 모델이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대규모 확장 계획도 보류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월가 기업들이 장기간 지지부진한국내 사업에 집중하면서 중국 내 노력에도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JP모건의 중국사업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내 합작사의 인베스트먼트 뱅킹(investment banking) 사업에서 세 업체 모두 매출 감소가 나타났다.

반면 중국 경쟁사인 중신증권(CITIC Securities)과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각각 6%와 0.3%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외국 자산 운용사들로서는 중국이 기회의 땅이라고 여겼지만, 현지에 최적화하고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깨닫게 됐다.

중국 본토에 상장된 수십 개의 중형주 및 대형주에 투자하는 블랙록의 뉴 호라이즌 혼합 증권 펀드는 2021년 9월 출시 이후 마이너스 30%의 수익률로 6월 말 현재 자산이 47% 감소했다.

WSJ은 올해 초만 해도 많은 월가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제한에서 벗어나 중국 경제가 재개될 경우 소비자 지출 붐을 예상하며 중국 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제시한 바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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